[철강코리아 No1 ③] 현대제철 싱가포르 지사장 "대면영업ㆍ정보교류가 영업핵심…무역장벽 강화 우려"

입력 2019-12-23 15:00 수정 2019-12-23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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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동남아 누적 판매량 100만t…"수요처 선점 노력과 정부 차원 대응 병행돼야"

▲이상준 현대제철 싱가포르 지사장 (사진제공=현대제철)
▲이상준 현대제철 싱가포르 지사장 (사진제공=현대제철)

“싱가포르 창이 공항에서는 비행기가 90초마다 1대씩 뜹니다. 100개가 넘는 항공사들이 매주 6700편의 항공기를 전 세계 300개국으로 날리죠.”

현대제철은 동남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유일하게 싱가포르에만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 사무소는 동남아 여러 나라들에 대한 시장조사와 제품의 판매ㆍ관리를 전반적으로 담당한다.

싱가포르가 현대제철 동남아 시장의 허브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이상준 현대제철 싱가포르 지사장은 23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를 통해 “싱가포르에서는 동남아의 주요국 출장과 고객사의 요청에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고 현지사무소를 운영하는 배경을 설명했다.

현대제철의 철강 제품들은 모두 국내에서 생산한다. 해외 사무소들은 현지 고객사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고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 역할이다.

언제든, 어디로든 빨리 이동할 수 있는 ‘이동성’이야말로 현지 사무소에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셈이다. 이런 장점을 두루 갖춘 곳이 싱가포르라고 이 지사장은 설명했다.

▲싱가포르 현대제철 고객사 야적장에 쌓여있는 봉형강 전경. (사진제공=현대제철)
▲싱가포르 현대제철 고객사 야적장에 쌓여있는 봉형강 전경. (사진제공=현대제철)

◇ 동남아 시장, 글로벌 철강업체 각축장이지만 …올해 판매량 100만 톤 넘겨 = 태국 SYS, 베트남 PSSV, 말레이시아 ALLIANCE STEEL, 중동 ESI, 영국 BRITISH STEEL 등은 동남아 시장에서 현대제철과 경쟁하는 철강 기업들이다.

이 지사장은 “동남아 시장은 현지 기업뿐만 아니라 전 세계 철강업체들이 시장을 확보하고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첨예하게 대결하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도 현대제철은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현대제철의 동남아시아 지역 판매량은 67만 톤이었다. 올해는 누적 100만 톤을 넘길 전망이다.

이 지사장은 그 비결로 대면영업과 정보교류 등을 내세웠다.

그는 “단순히 가격 우선 정책으로 판매에 집중하기보다는 고객사와의 대면 영업 강화와 신속한 정보 교류를 전략으로 삼았다”며 “가격이 하락하면 고객사의 재고 감소를 미리 유도하고, 반대의 경우 고객사의 충분한 재고 확보를 유도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제철이 고객사를 도와 성장을 끌어내면, 그것이 곧 현대제철의 실적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철학이다. 일종의 상생경영인 셈이다.

물론 품질 유지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는 “품질ㆍ적기 생산ㆍ납기ㆍ서비스 등에서 부족함이 없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라며 “지속해서 이런 부분을 개선하지 않으면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이렇게 동남아 시장에 대해서라면 베테랑인 이 지사장에게도 처음 접한 싱가포르는 하나부터 열까지 낯선 곳이었다.

9년간의 국내 영업을 경험하고, 2010년부터 해외영업팀에서 근무하던 그가 싱가포르 지사장에 부임한 것은 올 1월이었다.

처음에는 운전부터 서툴렀다. 이 지사장은 “싱가포르는 운전석 위치가 달라 운전하는 것부터 애를 먹었다”며 “본사 출장 차 이동을 하는 중에 제때 방향을 돌지 못해 한참을 직진한 적도 여러번”이라고 회상했다.

그나마 동남아의 ‘관계 중심’ 문화는 이 지사장이 적응하는 데 디딤돌이 됐다.

이 지사장은 “주요 고객사들의 경우 1세 경영에서부터 2세 경영에 이르기까지 한국 정서와 비슷한 관계 중심 문화가 형성돼 있다”며 “관계 유지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싱가포르에서는 매년 연초 ‘오픈 하우스’라는 고객사 방문 행사가 관례로 돼 있다.

이 지사장은 동남아 시장의 핵심 제품으로 봉형강을 꼽았다. 전 세계 봉형강 시장에서 현대제철의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동남아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30% 수준으로 가장 높다.

이 지사장은 “타사보다 현대제철의 봉형강은 수출 비중이 매우 높다”며 “다양한 국가로부터 다양한 스펙에 대한 생산 및 대응이 가능한 이점을 활용해 단납기 대응과 현지 생산이 불가능한 프로젝트를 대체하고, 다른 국가의 사이즈까지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현대제철 고객사에서 봉형강을 옮기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제철)
▲싱가포르 현대제철 고객사에서 봉형강을 옮기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제철)

◇ 동남아에서 높아지는 ‘무역장벽’…“정부 차원 대응 필요” 호소 = 동남아 시장에서 현대제철의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들어 동남아 현지 시장에 봉형강 제품 생산 공장이 속속들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동남아 국가들은 국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점차 무역장벽을 높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베트남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 지사장은 “베트남은 최근 베트남국제기술규정(QCVN)을 개정하고, 말레이시아산 봉형강에 대해 반덤핑 제소를 하는 등 보호무역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다”고 말했다.

QCVN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태국 등이 SNI, SIRIM, TISI 등 자국의 표준ㆍ규격 인증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제철뿐만 아니라 외국 수출 기업의 비용이 전반적으로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지사장은 정부 차원의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장은 “전 세계적인 보호무역 기조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대응이 병행돼야 한다”며 “업체도 대형 합리화 투자와 해외 투자로 세계적인 변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한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 자체도 경쟁력을 확보해 수요처를 선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철강이 과잉공급인 상황에서 수요 대응을 위한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며 “새로운 수요처를 선점하고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식의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싱가포르 지사는 고객사와의 접점에서 밀접한 관계 유지뿐만 아니라 신규 시장 개발 및 판매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며 “갈수록 치열해지는 각국의 경쟁과 무역 장벽 속에서 당사의 동남아 판매 거점으로 역할을 이행하기 위해, 현재보다 향후 싱가포르지사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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