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명목실효환율(NEER·nominal effective exchange rate)과 실질실효환율(REER·real effective exchange rate) 간 격차가 16년 9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가 의미 있는 반등을 기록하지 못한 가운데 원화 강세(원·달러 환율 급락)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11월 한국 원화 실질실효환율은 전월 대비 0.28%(0.3포인트) 상승한 107.79를 기록했다. 이는 4월(110.13) 이래 최고치다.
이 같은 상승률은 세계 60개국 중 18위다. 영국이 2.20%(2.18포인트)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아르헨티나(1.73%, 0.88포인트), 중국(1.48%, 1.79포인트), 스웨덴(1.33%, 1.12포인트)이 그 뒤를 이었다.
주요 수출국과 경쟁국인 미국(-0.49%, -0.58포인트)과 유로지역(-0.97%, -0.90포인트), 일본(-1.55%, -1.21포인트)은 각각 하락했다.
이는 미중 간 무역협상 기대감 등이 반영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락했기 때문이다(원화 강세). 11월 평균 원·달러 환율은 전월 대비 16.68원(1.4%) 급락한 1167.45원을 기록했다. 이는 4월(1140.95원) 이후 7개월 만에 최저치며, 지난해 1월(-19.08원, -1.8%) 이후 1년 1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명목실효환율은 0.96%(1.09포인트) 오른 114.13을 보였다. 역시 4월(114.76) 이래 최고치다.
이에 따라 명목과 실질 실효환율 간 격차는 6.34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2003년 2월 5.66 이후 최대치다.
이는 원화가 강세를 보인 때문이라는 게 한국은행 측 설명이다. 다만 물가 반등이 미약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11월 소비자물가(CPI)는 전년 동월 대비 0.2% 상승해 8월부터 3개월째 이어진 0% 내지 마이너스를 탈피했다. 다만 전월 대비로는 0.6% 떨어져 넉 달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실질실효환율이란 세계 60개국의 물가와 교역비중을 고려해 각국 통화의 실질적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다. 수치가 100보다 높으면 기준연도(2010년 100 기준)보다 그 나라 화폐가치가 고평가(원화 강세)됐다는 의미이며, 낮으면 저평가(원화 약세)됐다는 뜻이다. 즉 이 수치가 상승하면 수출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됨을, 하락하면 강화됨을 의미한다. 명목실효환율은 교역량만 가중 평균한 지표다. BIS는 3월 실효환율 발표부터 기존 61개국 중 베네수엘라를 뺀 60개국으로 집계 중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많이 하락하면서 실질실효환율보다 명목실효환율이 더 많이 올랐기 때문”이라며 “물가가 낮은 것은 사실이다. 다만 독일 등도 격차가 많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만 절대적으로 낮다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 같은 기간 명목실효환율과 실질실효환율 간 격차는 미국의 경우 5.98포인트로 지난해 12월(5.98포인트) 이후, 독일도 5.94포인트로 올 2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