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 마련 수요자가 내년 경매시장을 주목하는 이유

입력 2019-12-25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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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규제에 경매 아파트에 관심 쏠려… 젊은층 유입도 확대될 듯

규제의 풍선효과일까. 새 아파트 공급 부족 우려에 올해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은 유난히 붐볐다.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5개월 연속 100%를 넘겼고, 특히 강남3구(강남ㆍ서초ㆍ송파구) 아파트 낙찰가율은 6개월째 100%를 웃돌고 있다. 관련 통계 이래 낙찰가율 100% 초과한 최장 기록이다. 예상 밖의 과열이다.

전문가들은 칼날 같은 부동산 규제를 피해 내년에도 아파트 경매시장으로 발길을 옮기는 투자 수요가 적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아파트 경매가 정부의 부동산 규제를 피해갈 수 있는 하나의 대체재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젊은층의 유입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 서울 강남3구 아파트 낙찰가율은 20일 기준 104.4%를 기록 중이다. 7월 101%를 기록하며 올 들어 처음으로 100%를 넘어선 낙찰가율은 △8월 104.4% △9월 106.3% △10월102.2% △11월107.7% △12월 104.4%를 나타냈다. 6개월 연속 100%를 넘고 있는 것이다.

강남3구 아파트 낙찰가율은 지난달 기준 5개월째 100%를 넘기면서 지지옥션 관련 통계 작성(2001년) 이래 낙찰가율 연속 100% 초과로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종전 기록은 2018년 3월부터 6월까지 4개월 연속이 최장이었다. 이달 역시 낙찰가율이 100%를 넘기면서 6개월 최장 기록을 새로 썼다. 서울 전체 아파트 경매 역시 이달 100.1%로 5개월 연속 낙찰가율이 100%를 넘고 있다.

10월 경매가 진행된 양천구 목동 트라팰리스웨스턴에비뉴는 감정가(21억4000만 원)보다 117% 높은 25억1000만 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이 경매 물건에는 응찰자 36명이 달라붙어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같은달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아파트에서 나온 감정가 18억4000만 원짜리 물건은 21억6888만 원에 팔렸다. 낙찰가율은 무려 118%였다. 이달 경매에 부쳐진 성북구 보문동 e편한세상보문 아파트도 감정가 7억 원보다 훨씬 비싼 7억4733만 원에 팔려 107%의 낙찰가율을 보였다.

▲서울 아파트 밀집지역 모습. (사진 제공=연합뉴스)
▲서울 아파트 밀집지역 모습. (사진 제공=연합뉴스)

감정가보다 높게 경매 물건을 잡는 고가 낙찰이 서울에서 일반적 현상이 될 만큼 아파트 경매시장이 과열된 건 분양가 상한제 확대 시행에 따른 아파트 공급 감소 우려감 확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서울 아파트값이 쉴 새 없이 오르면서 추가 상승 기대감도 그 어느 때보다 컸다. 지난 12ㆍ16 부동산 대책이 나오고도 발표 직후 3일간 서울 아파트의 낙찰가율이 102%를 넘을 만큼 경매시장은 여전히 뜨거운 열기를 내뿜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도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역대 최저의 기준금리(1.25%) 등의 영향으로 적지 않은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보고 있다.

오명원 지지옥션 연구원은 “경매시장은 정부 규제를 잠시 피해갈 수 있는 투자 대체재라는 인식이 갈수록 확산할 것 같다”며 “금리가 사실상 제로 시대에 접어든 것도 경매 투자자들에겐 희소식이어서 긍정적인 시그널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내년 경매시장에는 젊은층의 참여가 두드러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인한 청약 당첨가점 상향과 각종 부동산 규제로 신규 분양 및 매매시장에서 내 집 마련이 사실상 어려워진 30대들이 경매를 탈출구로 택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오 연구원은 “무주택 기간이 짧고 부양가족도 적어 아파트 청약 당첨이 불가능해진 젊은층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낙찰을 받을 수 있는 경매에 관심을 갖는 분위기”라며 “각종 유튜브 등 경매 관련 법률 지식을 쉽고 편하게 습득할 수 있는 여건도 이 같은 트렌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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