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조현아 제동에 불거진 한진家 '남매의 난'…이명희 고문에 쏠린 눈

입력 2019-12-23 16:35 수정 2019-12-2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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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 주총이 경영권 승계 이후 첫 분기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그룹 경영에 대해 “아버지 뜻과 달리 가족 공동경영 유훈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에 따라 향후 한진그룹의 삼남매 간 경영권 분쟁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조원태 회장이 충분한 지분을 확보하지 않은 가운데 내년 3월 한진칼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상황에서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분쟁 증폭 여부가 결정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 전 부사장은 23일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을 통해 “조원태 한진칼 대표이사가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 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앞서 선대 회장은 임종 직전에도 3명의 형제가 함께 잘해 나가라는 뜻을 다시 한번 밝히기도 했다”며 “선대 회장의 유훈에 따라 가족 간에 화합해 한진그룹을 경영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동생인 조원태 회장은 물론 다른 가족들과도 공동 경영 방안에 대해 성실히 협의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한진그룹은 선대 회장의 공동경영 유훈과 달리 동생(조원태 회장)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의미다.

또 법무법인 원은 “상속인 사이의 실질적인 합의나 충분한 논의 없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대규모 기업집단의 동일인(총수)이 지정됐고 조 전 부사장의 복귀 등에 대해 어떠한 합의도 없었음에도 대외적으로는 합의가 있었던 것처럼 공표됐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조 전 부사장과 법률대리인의 거듭된 요청에도 최소한의 사전 협의도 하지 않고 경영상의 중요 사항이 결정되고 발표됐다”고 덧붙였다.

조 전 부사장이 이 같은 입장을 발표한 것은 경영 복귀를 앞둔 상황에서 지난 임원 인사에서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에 따른 불만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 전 부사장이 ‘공동 경영의 유훈’, ‘가족 간의 협의’ 등을 거론하며 경영 복귀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했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4월 고(故) 조양호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 이후 경영권 문제가 어느 정도 정리된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상 갈등이 봉합되지 않고 또 다시 불거졌다는 의미다.

내년 3월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조원태 회장은 그동안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경영권을 위협해 온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한진칼 지분 17.14%)와의 표 대결을 위해 우호 지분 이탈을 막아야 하는 난감한 상황이 됐다.

한진그룹 총수 일가는 최근 고 조양호 전 회장의 계열사 지분을 법정 비율(배우자 1.5 대 자녀 1인당 1)대로 나누고 상속을 마무리했다. 이에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지분은 조원태 회장 6.46%, 조현아 전 부사장 6.43%, 조현민 한진칼 전무 6.42%, 이명희 고문 5.27%로 각각 바뀌었다.

이처럼 한진그룹 삼남매와 어머니 등 가족들의 지분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만큼 향후 가족 간의 지분 이합집산 구도가 어떻게 형성될지에 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델타항공이 10%의 지분으로 조원태 회장의 우군 역할을 하고 있지만, 조 전 부사장, 이 고문 등 가족들이 반대세력으로 돌아설 경우 경영권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명희 고문의 움직임도 관심사로 급부상했다. 물론 조 전 부사장의 이번 입장 발표가 경영권 확보를 위해 가족 간의 분쟁을 본격화한다기보다 경영 복귀를 위한 수단으로 삼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이번 사태에 대해 한진그룹 관계자는 “논란이 발생한 것에 대해서 국민과 고객 및 주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회사의 경영은 회사법 등 관련 법규와 주주총회, 이사회 등 절차에 의거해 행사돼야 하는 만큼 경영진들은 회사 경영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며, 국민과 주주 및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또 “고 조양호 회장의 간절한 소망이자 유훈에 따라 한진그룹 경영진과 임직원들은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국민과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는 한편, 기업가치 제고를 통해 주주 및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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