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국發 '역나비 효과'에 출렁인 美 증시

입력 2008-09-11 07:59 수정 2008-09-11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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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가 기상 관측 통계를 작성하다 발견한 원리인 '나비효과' 이론은 오늘날 물리학의 카오스 이론의 토대가 된 한편 이제는 글로벌 금융시장으로 해석의 영역을 점차 넓혀가는 모습이다.

통상 무슨 일이 시작될 때 발생했던 작은 양의 차이가 시간이 지나 말미에 다다랐을 때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 이론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단골로 차용되는 문구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일례로 중국발 경기둔화 여파가 글로벌 증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와 올 상반기 베어스턴스 파산으로 글로벌 신용위기가 재차 부각됐던 상황 등 관련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의 이른바 산업은행의 리먼브라더스 인수과 관련된 '소신 발언' 이 전날 미국증시를 출렁이게 만들었다.

이 소식이 전해지며 전날 리먼브라더스는 산업은행과의 지분매입 협상이 중단으로 인해 주가가 무려 44.2%나 폭락하며 직격탄을 맞았고 AIG는 19.5%, 와코비아가 9.3%, 아메리칸익스프레스 5.6%, 골드만삭스가 역시 4% 이상 하락하는 등 금융주를 포함한 미 증시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시장참가자들은 이를 두고 그동안 미국발 서브프라임 위기로 촉발된 신용위기와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나비효과를 일으키며 국내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끼쳐온 상황이 현재까지도 지속되는 상황이지만 이번 경우는 미국증시가 한국발 '역나비효과'에 휘청거렸다고 평가했다.

월가의 투자은행 인수에 국내자본이 부실 규모가 정확히 추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리스크 익스포져를 늘리는 우를 범할 필요는 없다는 원론적이지만 단호한 입장을 표명한 그의 발언이 사실상 월가의 투심 불안을 자극해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전광우 위원장은 그동안 언론을 통해 산업은행의 리먼브라더스 지분 인수는 신중한 접근이 요구되는 문제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해왔다.

시장은 이번 리먼브라더스 관련 발언을 놓고 전 위원장이 지난 5월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발언으로 채권시장에 파장을 일으키며 당시 호된 신고식을 치른 것과 달리 금융위 수장으로서 소신있게 대처한 점을 높이 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 위원장은 산은의 리먼 인수가 글로벌 금융의 중심지인 월스트리트행 직행열차 티켓을 쥘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찬성론자들의 입장에 흔들리지 않고 철저한 손익계산을 토대로 내린 결론이라는 점에서 금융당국의 의지를 확고히 보여줬다.

물론 세계적 금융회사를 인수해 선진 금융 노하우를 배워 국내 자본시장의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의견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국내 금융시장의 사정이 그리 녹록치 않은 점을 고려했을 때 월가에서조차 부실덩어리로 골치덩이 취급을 받는 리먼을 국내 금융사가 굳이 떠안을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소식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는 10일(현지시각) 리먼브라더스가 3분기 실적발표를 앞둔 가운데 헤지펀드 손실 우려가 예상보다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고 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역시 '부정적 관찰대상'에 편입시키는 등 월가에서 조차 바라보는 시각이 곱지 않은 것으로 속속 확인되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에서 촉발된 도화선이 미 증시를 출렁이게 만든 전례가 없었던 이번 상황이 시사하는 점은 국내 자본시장이 분명 이전과 달리 국제 금융시장에서 영향력을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이번 리먼브라더스 인수와 관련된 금융당국의 수장으로서 보여준 소신을 토대로 전 위원장이 향후 국내 금융시장 안정에 제대로 된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너무 무리일까? 적어도 최근 서울 외환시장에서 보여준 '밑빠진 독에 물 붓기'식의 대처는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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