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씰, 피쳐폰 기호문자…'그땐 그랬지' 90년대 크리스마스 엿보기

입력 2019-12-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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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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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이 되면 온 세상이 크리스마스로 물든다. 대로변에는 크리스마스트리가 자리 잡고 캐럴이 귓가를 맴돈다. 아이들은 선물 받을 생각에 들뜨고 어른들은 연인이나 친구, 가족 등 소중한 사람들과 즐거운 보내는 날이다.

그렇다면 전에는 어땠을까. 마음 맞는 사람과 함께한 것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크리스마스를 마주한 우리의 방식은 조금씩 달랐다.

▲1996년 발행된 크리스마스 씰.  (출처=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
▲1996년 발행된 크리스마스 씰. (출처=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

◇외환 위기 닥친 90년대…필구 아이템은 '크리스마스 씰'

90년대의 12월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크리스마스 씰(Christmas Seal)' 구입이다. 결핵 퇴치 기금을 모으기 위해서 크리스마스 전후로 발행하는 증표다. 편지에 우표처럼 붙이는 용도로 사용했지만, 우표의 기능은 없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이를 판매하면서 결핵 환자를 위한 기금으로 조성한다고 했다. 가격도 장당 300~500원이라 부담이 크진 않았다. 연말이 되면 좋아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써 붙이는 것이 유행일 때라 실을 이용하는 때도 많았다. 2003년 스티커 형태로 바뀌는 등, 변화를 거치면서 매년 크리스마스 씰이 판매되지만, 편지가 사라진 지금은 어느덧 추억 속 아이템이 됐다.

사실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것은 크리스마스 선물이다. 부모님이 선물로 '현금'을 선호하는 것도 변함없다. 1994년에 사랑의 전화가 노인 4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3.9%가 현금을 꼽았다. 그중 24.2%는 10만 원이 가장 적절하다고 답했다. 현금이 선물 중 제일이라는 사실은 크리마스가 사라지지 않는 한, 인류가 살아있는 한, 바뀌지 않을 것 같다.

90년대 크리스마스가 늘 즐거웠던 것은 아니다. 1997년 한국 경제를 위기에 빠뜨린 외환위기로 그해 크리스마스는 가장 우울한 날 중 하나로 꼽힌다. 크리스마스트리와 캐럴이 자취를 감춰 분위기를 느끼기도 어려웠다.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계획에 따라 전방위적이고 대규모 구조조정이 실행됐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주도했던 백화점과 호텔, 외식업체는 비용절감을 위해 실내외 장식과 행사를 축소했다. 소비심리까지 얼어붙으면서 백화점과 음반 전문점의 매출도 크게 줄었다.

외환위기 고비를 넘기면서 90년대 후반에는 인터넷이 생활 속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인터넷 쇼핑몰도 하나둘씩 생겨났고 성장세도 눈에 띄었다. 특히, 1999년 12월은 21세기를 맞이한다는 '밀레니엄 특수'가 겹쳐 매출이 크게 늘었다.

당시 선두 업체였던 삼성몰과 한솔CS클럽은 처음으로 월 매출액 100억 원을 돌파했다. 주요 인터넷 쇼핑몰도 전년보다 매출액이 3배가량 늘었다. LG홈쇼핑은 인터넷쇼핑 부분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증가한 63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바야흐로, 인터넷 쇼핑몰 시대의 서막이라고 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2000년대, 바가지요금에 가격 비교 인기ㆍ편지는 이제 안녕

2000년에 들어서면서 외환위기의 상흔이 다소 회복됐다. 시민들이 소비를 늘리면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만끽하려는 찰나, 바가지요금이 등장했다.

2000년 12월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크리스마스 이브 특수를 노린 일부 카페와 나이트클럽이 평소보다 1.5~2배 비싼 비용을 소비자에게 떠넘겼다. 90년대, 서로 어려운 경제여건을 살폈고, 암암리에 바가지요금을 씌웠다면 2000년대부터는 이익을 내기 위한 상술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했다고 볼 수 있다. '크리스마스 차림표'라는 특별 메뉴판이 만들어진 것도 사실상 이 때부터다.

인터넷 쇼핑몰이 많아지고 선물용품들의 가격에도 평소보다 웃돌면서 '가격 비교 사이트'가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당시 '클릭프라이스'라는 사이트는 네티즌이 상품 가격 비교를 위해 1순위로 찾는 곳이었다. 백화점 할인 소식, 생활가전과 화장품 가격을 비교할 수 있는 사이트도 있었다. 알뜰하게 소비하려는 실속파들이 태동하기 시작한 셈이다.

▲크리스마스 기호로 다양한 모양을 만들어 지인과 주고받았다.  (출처=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크리스마스 기호로 다양한 모양을 만들어 지인과 주고받았다. (출처=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2000년대 크리스마스는 '디지털'의 서막을 알리는 시기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종이카드를 쓰고 보냈던 1990년대와 달리 '디지털 카드'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이메일을 거쳐 휴대전화로 메시지를 전하는 일이 본격화됐다.

2001년 12월 당시 국내 한 이동통신사의 하루 문자서비스 이용 횟수는 전달보다 20% 증가한 1000만 건을 기록했다. 휴대전화의 각종 문자와 기호로 크리스마스트리나 눈사람을 그려 보내는 것이 인기였다. 보낸 뒤 답장을 오래 기다릴 필요도 없고, 시간과 장소 구애도 받지 않아 젊은 층을 사이로 인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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