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M&A 화두는 미래 먹거리 위한 ‘탈영역’

입력 2019-12-26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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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 ‘아시아나’ 품에 안고 게임업체 넷마블 ‘코웨이’ 인수…구조조정·사업재편 등 활발

선제적 구조조정, 사업재편, 해외 기업 인수, 사모펀드(PEF)의 영향력 확대…. 올 한 해 국내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을 설명하는 키워드들이다. 올해도 M&A 시장에서는 각 그룹과 산업의 운명을 가르는 크고 작은 거래들이 활발했다. 안으로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해소하는 동시에 비핵심 자산을 파는 기업들이 많았다. 밖으로는 4차 산업혁명과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 경영권인 소수 지분을 사들였다.

◇아시아나항공 등 ‘눈물의 세일’ = 가장 핫한 M&A 매물은 아시아나항공으로 HDC현대산업개발의 품에 안겼다. HDC는 항공이란 날개를 달고 종합그룹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했고, 금호그룹은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는 ‘윈윈’ 거래로 평가받았다. 다만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한 금호그룹은 경영이 정상화하더라도 중견기업 수준으로 전락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금호그룹이 유동성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란 점에서 금호고속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1위 렌털기업 코웨이는 넷마블 손에 들어갔다.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은 ‘실물 구독경제’로 사업영역을 넓히게 됐다. 게임업계에선 방 의장이 최근 수년간 중국 시장 위축과 히트작 부재로 침체에 빠진 국내 게임업계의 돌파구로 ‘탈(脫)게임’이란 화두를 제시했다는 해석이다.

올해 M&A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최고경영자(CEO)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다. 그는 LG그룹 비핵심 사업 부문 정리 매각과 함께 일감 몰아주기 해소를 위한 여러 계열사의 지분을 정리하고 있다. 올해 LG CNS 지분 매각과 LG전자의 수처리사업부 자회사 매각, LG유플러스 결제대행(PG) 사업부 매각을 완료했다. 이번 매각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에 따르면 오너 일가가 20%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 자회사 지분 절반 이상을 갖고 있으면 ‘일감 몰아주기 대상’에 포함된다. 대신 인공지능(AI), 자동차 전장부품, 로봇, 자동차용 조명 등 미래 사업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LG전자의 로봇 전문기업 로보스타 인수, LG화학의 자동차용 접착제 전문기업 유니실 인수, LG생활건강의 미국 화장품 업체 뉴에이본 인수 등 굵직한 M&A를 추진한 데 이어 올해 LG유플러스의 케이블TV 업체 CJ헬로를 품에 안았다.

국내 시장 점유율 1위 배달 앱(응용프로그램) 서비스업체 배달의민족은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넘어갔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의 사업 재편 수요에 힘입어 M&A 시장도 달아오르고 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수단으로 ‘자체 성장’ 대신 M&A나 소수지분 인수를 활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익성 악화로 신음하던 보험사들도 줄줄이 M&A 시장에 매물로 나와 주인을 찾고 있다. 한국교직원공제회의 자회사인 더케이손해보험은 하나금융지주가 인수를 타진 중이다. KDB산업은행은 KDB생명(옛 금호생명) 매각 공고를 냈다. 미국 푸르덴셜파이낸셜은 최근 푸르덴셜생명의 매각주간사로 골드만삭스를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동양생명과 ABL생명도 잠재적 매물로 거론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이들의 최대주주인 안방보험의 해외 자산 매각에 속도를 내는 까닭이다.

◇팔리기는 할까, 팔 생각은 있나 = 깨지거나 해를 넘기게 된 딜도 다수다. 연초부터 1조5000억 원 규모의 홈플러스 리츠 상장이 무산됐다. 이로써 2015년 MBK파트너스가 7조6000억 원에 인수한 홈플러스의 엑시트(exit) 플랜도 꼬였다.

넥슨 매각도 ‘빈수레가 요란한’모양새였다. 매각대금만 1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지만 팔리지 않았다. 성사됐다면 국내 최대 규모의 M&A였다. 김정주 넥슨 회장이 가격 간극에 생각을 접은 것으로 전해진다.

3조 원이 거론되던 두산공작기계 매각도 안갯속이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메릴린치)를 주간사로 선정하며 두산공작기계 매각 작업에 나섰지만, 소문만 무성하다.

대우건설 매각은 해를 넘기게 됐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2년 동안 대우건설 기업가치를 제고해 매각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 회장은 “산은이 KDB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해 구조조정 업무를 회피하기 위한 ‘방탄조직’을 만들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우건설 지분 100%도 KDB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하고 있다.

로젠택배 역시 새 주인을 찾아 나섰다. 현재 SK그룹이 인수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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