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조국 범죄 혐의는 소명되나 증거인멸ㆍ도망염려 없어”

입력 2019-12-27 01:10 수정 2019-12-27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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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6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나서고 있다. 조 전 장관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감찰을 무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6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나서고 있다. 조 전 장관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감찰을 무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유재수(55ㆍ구속기소)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감찰을 무마한 의혹으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이 구속을 피하게 됐다.

서울동부지법 권덕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6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조 전 장관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심리한 뒤 27일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권 부장판사는 “이 사건 범죄혐의는 소명된다”면서도 “다만 이 사건 수사가 상당히 진행된 점 및 제반사정에 비추어 볼 때, 현 시점에서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에 해당하는 구속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어 “이 사건 범행은 그 죄질이 좋지 않으나 피의자의 진술 내용 및 태도, 배우자가 최근 다른 사건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점과 구속해야 할 정도로 범죄의 중대성이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주거가 일정한 점 등을 종합해보면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에 해당하는 구속사유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국 현 단계에는 피의자에 대한 구속사유와 그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앞서 조 전 장관은 영장 심사를 받기 위해 26일 오전 10시 05분께 법원에 도착해 “검찰의 첫 강제수사 후 122일 째다. 그동안 가족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검찰의 끝이 없는 전방위적 수사를 견디고 견뎠다. 검찰의 영장 신청 내용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치열한 법리 다툼을 예고한 바 있다.

조 전 장관은 4시간 20분 만에 영장 심사를 마치고 나와 ‘어떤 내용 소명하셨나’, ‘외부 청탁받은 것 있나’, ‘감찰 중단에 대한 외부 지시 있었나’, ‘윗선 지시는 없었나’, ‘감찰 중단에 대한 법적 책임 인정하지 않나’ 등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미리 대기하던 승합차에 올라탔다.

조 전 장관의 법률대리인 김칠준 변호사는 “감찰을 무마했다는 것과 증거를 파쇄했다는 것 자체가 프레임이며 직권을 남용한 것도, 감찰을 중단시킨 것도 아니라는 걸 밝혔다”면서 “법리적으로도 직권남용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을 충실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구속의 필요성으로 중요한 증거물을 파쇄했다고 주장하는데,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1년이 훨씬 지난 다음 다른 자료와 함께 이뤄진 것”이라며 “증거를 은닉한 게 아니라는 점을 설명했기 때문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의견을 충분히 밝혔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조 전 장관의 직접 해명 여부에 대해 묻자 “이 사안에 대해 정무적 판단과 정무적 책임, 그리고 법률적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오늘 분명히 밝혔다”며 “다만 법적으로 죄가 되는지에 대해서 의문이 있다고 말했고, 어떤 결론이 나오든 이 사안에 대한 책임은 자신에게 있는 것이다고 분명히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영장실질심사에는 조 전 장관 측 김 변호사와 검찰 측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 이정섭 부장검사 등이 참여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는 이달 16일과 18일 조 전 장관을 두 차례 불러 조사한 뒤 23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 전 장관은 유 전 부시장이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으로 재직하던 중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감찰을 받은 2017년 8~11월 청와대 감찰업무 총책임자인 민정수석비서관으로 근무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유 전 부시장의 비리 내용을 알고도 수사기관 등에 넘기지 않고 감찰을 중단한 점 △유 전 부시장의 사표를 받는 선에서 사안을 마무리해 금융위 자체 감찰ㆍ징계 권한을 방해한 점 등 두 가지를 직권남용죄의 범죄사실로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유 전 부시장과 친분이 있던 여권 인사들이 조 전 장관에게 감찰을 중단해 달라며 ‘구명 청탁’을 한 정황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장관은 “(감찰 중단의) 정무적 최종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변호인단을 통해 밝힌 바 있다. 이는 감찰 중단이 법적 책임은 없다는 입장으로도 풀이된다. 당시 파악 가능한 유 전 부시장의 비위는 경미했고, 당사자가 협조하지 않는 상황에서 강제수사권이 없는 민정수석실이 감찰을 지속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은 유 전 부시장이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에 보임된 직후인 2017년 8월 유 전 부시장의 비위 의혹에 대한 감찰을 시작했으나 3개월여 만에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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