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 박원순 “부동산 국민 공유제 실천…공시제도 개혁도”

입력 2019-12-27 13:25 수정 2019-12-27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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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이 부동산 국민공유제를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27일 신년사를 통해 "땅이 아니라 땀이 존중받는 사회를 위해 서울시가 먼저 부동산공유기금(가칭)을 만들어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부동산 불로소득과 개발이익을 철저하게 환수해 미래세대와 국민 전체가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만드는 '국민공유제'의 도입을 제안한 바 있다"며 "환수된 불로소득과 개발이익을 통해 공공의 부동산 소유를 늘리고 토지나 건물이 필요한 기업과 개인에게 저렴하게 공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부동산공유기금으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함으로써 시민의 주거권을 실현하고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시장은 "부동산가격공시지원센터를 만들어 부동산 공시가격이 시세에 접근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실질적 권한을 가진 중앙정부와 자치구의 공시가격 산정업무에 필요한 사항을 적극 협력하고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신년사 전문

대전환의 시간입니다. 2019년을 보내고, 2020년을 맞습니다. 여전히 우리 경제와 민생은 녹록치 않습니다. 대한민국 경제는 성장 동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대기업 중심의 수출주도 성장은 한계를 맞이했습니다. 제조업의 경쟁력은 날이 갈수록 저하되고, 자영업은 벼랑 끝에 놓여 있습니다.

우리는 어느 샌가 중진국의 함정에 빠져 있습니다. 원천기술 부재와 허약한 기초과학이 초래한 당연한 결과입니다. 경제사회적으로 급격한 충격을 일으킬 저출생과 고령화라는 시대적 도전과제 또한 우리 앞에 놓여있습니다. 이대로는 안됩니다. 경제와 민생을 살릴 대전환이 필요합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20년간 우리 경제는 늘 위기였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4천불, 국가경쟁력 세계13위가 되는 동안에도 시민의 삶은 어려웠습니다. 왜일까요?

임금은 쥐꼬리만큼 오르지만, 집값은 천정부지로 올랐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나와 내 자식세대의 밝은 미래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당장 내야하는 집세가, 사교육비가, 대출이자가 내일을 꿈꿀 수 없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나라는 잘 산다는데, 시민은 잘 먹고 잘 살지 못합니다. 도대체 문제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함께 이룬 경제성장의 혜택이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민생의 근본원인은 바로 경제적 불평등과 부의 양극화에 있습니다.

“불평등엔 이자가 붙습니다.” 출발부터 가난하게 자란 소년은 가난한 청년이 되고 가난한 중년이 되고, 더 가난한 노년이 됩니다. 출발부터 집이 없던 사람은 더 작은 전세 집, 더 비좁은 월세 집으로 밀려납니다. 일상이 된 소득불균형과 자산격차는 대물림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불평등과 불공정의 임계점에 와있습니다. 당장 양극화와 불평등을 고착화하는 근본원인부터 바로잡지 않으면 우리 사회에 더는 희망이 없습니다.

이대로 ‘성장을 멈춘 낡은 나라’로 남을 것인가. ‘활력을 찾은 새로운 나라’가 될 것인가. 우리는 지금 기로에 서있습니다. 지금 당장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합니다.

흔히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합니다. 추구하는 가치와 각자의 역량, 그리고 노력에 따라 목적지에 도달하는 시간은 다르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마라톤이 공정하다고 느끼는 것은 그 출발선이 같기 때문입니다.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대전환은 ‘공정한 출발선’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서울시가 시작합니다.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재원을 활용하여 시민의 ‘공정한 출발선’을 만드는데 역할을 다하기로 결단했습니다.

서울시는 사상 유례없는 40조원 가량의 확대예산을 마련했습니다. 무엇보다 먼저, 서울시는 청년의 미래에 투자하겠습니다. 청년은 우리 사회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미래 동력입니다. 그러나 우리 청년세대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취업준비는커녕 당장의 생활비와 월세걱정에 허덕이며 미래를 저당 잡힌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청년의 곁을 지키겠습니다. ‘공정한 출발선’으로 절망이 아닌 희망을 말할 수 있게 하겠습니다.

서울시는 청년수당 대상자를 10만 명으로 대폭 확대하여 보다 많은 청년들에게 꿈꿀 시간을 선물하겠습니다. 또한, 지옥고(지하방, 옥탑방, 고시원)로 밀려나고 월세고에 시달리는 청년 4만 5천명에게 월 20만 원씩 10개월간 월세를 지원하겠습니다.

“가난한 사람은 송곳 꽂을 땅도 없다.” 척박한 민중의 삶을 개탄하며 토지개혁을 감행했던 조선시대의 정도전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600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사회적 양극화 구조의 핵심에 ‘집’이 있습니다. 공정한 출발선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 또한 ‘집’입니다. 집이 ‘사는 곳’이 아닌, 투기의 목적으로 ‘사는 것’이 되어버린 순간, 집은 짐이 되고 고통이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두 사람이 신혼집을 마련할 형편이 안돼서 결혼을 미루고 출산을 미루는 현실, 이것은 분명 비극입니다. 이것은 분명 고통입니다.

그래서 서울시가 큰 변화를 시도합니다. 2020년, 서울은 신혼부부주거지원을 대폭 확대합니다. 부부 합산소득 1억 원 미만, 자가로 집을 구입할 여력이 있는 분들을 제외한 사실상 모든 신혼부부들을 지원합니다.

지난 8년 동안 서울시가 매년 1조 원 가량의 예산을 투입하여 꾸준히 확대해 온 공공임대주택의 건설과 공급은 내년에도 쉼 없이 이어질 것입니다. 2년 후 서울시는 전체 가구의 약 10%에 해당하는 40만호 가량의 공공임대주택을 보유하게 될 것입니다. 우선적으로 저소득취약계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쓰이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중산층을 포함한 필요한 사람 누구에게나 집이 제공되는 나라가 되어야 합니다. 헌법에 보장된 주거권이 실현되어야 합니다. 주거의 안정은 가계안정과 소비확대, 투자와 혁신, 성장의 선순환을 이루는 시작이자 계기가 될 것임을 확신합니다.

서울은 한 발 더 나가겠습니다. 이제 ‘땅이 아니라 땀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부동산 불패신화는 끝나야 합니다. 불로소득으로 얼룩진 ‘부동산 공화국’은 우리 경제를 파국으로 이끌 뿐입니다.

저는 부동산 불로소득과 개발이익을 철저하게 환수하여 미래세대와 국민 전체가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만드는 ‘국민공유제’의 도입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서울시가 먼저 (가칭)부동산공유기금을 만들어 실천하겠습니다. 환수된 불로소득과 개발이익을 통해 공공의 부동산 소유를 늘리고, 토지나 건물이 필요한 기업과 개인에게 저렴하게 공급하겠습니다. 동시에 이 기금으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함으로써 시민의 주거권을 실현하고,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 나갈 것입니다.

또한 부동산 공시제도의 개혁도 이뤄야 합니다. ‘부동산가격공시지원센터’를 만들어 부동산 공시가격이 시세에 접근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실질적 권한을 가진 중앙정부와 자치구의 공시가격 산정업무에 필요한 사항을 적극 협력하고 지원하겠습니다.

지난 8년, 서울은 사람에 투자하는 것이야말로 ‘공정한 출발선’의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복지예산을 꾸준히 늘려왔습니다. 2020년 서울의 사회복지예산은 사상 처음으로 12조원 대를 돌파했습니다. 복지는 결코 공짜나 낭비가 아닙니다. 세상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투자입니다. 사람에 대한 투자이자, 미래에 대한 투자입니다.

우리의 미래를 위협하는 가장 큰 시대적 과제는 저출생과 고령화입니다.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바로 국가가 육아와 교육, 돌봄을 책임져 주는 것입니다. 독박육아와 각자도생의 시대에 누가 흔쾌히 아이를 낳으려 하겠습니까.

그래서 서울시가 결단했습니다. 임신부터 출산, 보육, 돌봄에 이르기까지 서울은 사상 최대의 투자를 결심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돌봄에서 이루어집니다. 우리동네키움센터를 동네마다 촘촘하게 설치하여 우리 아이들이 방과 후에 마음껏 놀고 학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합니다. 이렇게 하여, 돌봄 부담이 여성과 가족에게만 맡겨지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난임 부부에 대한 지원, 아동수당 확대도 추진합니다.

또한 서울시의 집중적 투자로 서울시민의 국공립어린이집 이용률은 45%를 돌파합니다. 82년생 김지영의 불행한 운명이 서울에서만큼은 되풀이되지 않도록 만들겠습니다. 여성이 이제 아이와 가족의 돌봄으로부터 해방되어 자신의 경력을 개발하고 운명을 개척하도록 보장할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복지의 강화가 혁신·성장·분배의 선순환구조를 이뤄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공정한 출발선과 더불어 꼭 필요한 것이 바로 미래먹거리를 만들기 위한 노력입니다. 저는 작년 이 자리에서 서울이 글로벌창업도시 TOP5가 될 것을 선언했습니다. 지난 1년, 서울은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혁신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혁신창업기업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공간, 투자, 판로지원 등을 아낌없이 제공했습니다.

고맙게도 많은 성과와 좋은 평가들이 있었습니다. 홍릉과 양재, 여의도를 포함한 혁신창업의 주요 거점지에는 약 2만 4천 제곱미터에 달하는 기업 공간이 추가로 확충되었고, 혁신창업기업들이 보다 쉽고 빠르게 제품을 상용화 할 수 있는 공동시설들이 생겨났습니다.

해외 IR, 판로지원을 통해 140여개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했으며, 200여개가 넘는 기업들의 테스트베드가 되어주었습니다. 나아가 글로벌 기업들의 입주가 늘어나고 있으며, 글로벌 악셀러레이터들이 속속 국내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가야할 길이 멉니다. 2020년 서울은 거대한 혁신 생태계 조성이 우리경제의 미래라는 확신을 갖고 다시 한 발 나아가겠습니다. 올해에도 서울은 미래 신성장 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혁신산업 클러스터의 활성화에 힘을 쏟을 것입니다. 양재, 홍릉, 마곡, 상암, 구로G밸리 등 6대 융합신산업 거점에서 문화관광서비스, 디지털 컨텐츠, AI, 바이오메디컬, 핀테크 등 신산업분야의 창업과 R&D를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또한 서울시내 주요캠퍼스타운을 창업 전진기지로 육성함으로써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의 최선봉에 서겠습니다. 반드시 서울시가 서울의 미래 먹거리를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먹거리 창출의 챔피언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재능을 가진 청년 누구라도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도시, 낙수효과가 아니라 분수효과를 거두는 포용의 도시를 만들겠습니다.

다가오는 1월 7일에는 미국의 라스베가스에서 열리는 CES에 참가할 예정입니다. 이곳에서 우리 스타트업들의 해외진출 발판을 마련하고, 해외투자유치와 미래먹거리를 찾는 일에 매진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사회는 분열과 갈등, 대립으로 혼란에 빠져있습니다. 무조건적인 반대와 혐오, 증오의 정치로는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수 없습니다. 정치권도 힘을 합쳐 불공정과 불평등이 만연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 주십시오.

국민적 열망이 모아지고 있는 지금이, 불평등을 바로잡을 수 있는 절호의 골든타임입니다. 다가오는 총선이 시대적 불평등과 불공정의 본질을 확인하고, 그 해결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되기를 바랍니다. 공정한 출발선은 희망을 꿈꾸게 합니다. 누구나 같은 출발선에서 목표를 향해 경쟁하는 서울,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대전환을 서울이 먼저 시작하겠습니다. 비록 권한과 재정에 많은 한계가 있겠지만, 늘 그래 왔듯이 새로운 도전과 실험으로 전국의 다른 지방정부를 견인하고 중앙정부와 협력체계를 갖추어 함께 나아가겠습니다.

언제나 그랬듯 저의 답은 ‘시민’입니다. 저 박원순에겐 1000만 시민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에겐 든든한 서울시 공무원 가족 여러분이 있습니다. 지난 8년 여러분이 있어 행복했습니다. 여러분 덕분에 서울은 최고의 도시가 되었습니다.

“시민의 삶을 바꾼 10년 혁명”의 완성을 위해 첫 마음 그대로 나아가겠습니다. 그 10년 혁명이 대한민국의 표준이 될 것입니다. 시민 여러분과 함께 그 길을 힘차게 걸어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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