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2] 아시아나항공, 31년 만에 새 가족 HDC 품으로

입력 2019-12-27 13:41 수정 2019-12-27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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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면세점-호텔의 3축 완성

1988년 설립된 아시아나항공이 31년 만에 범(凡)현대가의 날개를 달고 새 비행을 시작한다. HDC그룹의 가족이 된 만큼 다양한 사업적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하 HDC)은 이날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구주 6868만8063주(30.77%)를 3228억 원에 인수했다고 공시했다. 주당 가격은 4700원이다.

HDC와 금호산업은 각각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의결하고 아시아나항공 매각 관련 계약을 마무리했다. 이로써 아시아나항공의 주인이 창립 31주년 만에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HDC그룹으로 넘어가게 됐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금액은 총 2조5000억 원 규모로 나머지 약 2조1770억 원의 자금은 유상증자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에 쓰인다. 아시아나항공의 자본은 1조1000억 원에서 3조 원 이상으로 늘어나고 부채비율도 현재 660%에서 300% 아래로 낮아지게 된다.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역사는 박삼구 회장이 대표이사직을 사퇴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박 회장이 이끌던 아시아나항공은 올 초 감사보고서에서 감사의견 ‘한정’ 판정을 받으며 시장의 불신을 자초했다.

이 여파로 금호산업도 감사의견 '한정'을 받아 두 회사의 주식 매매가 나흘간 정지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박 회장은 3월 28일 금융시장 혼란 초래에 대한 책임을 지고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의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위기에 빠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4월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에 자구계획을 제출했지만 바로 거부당했다. 결국 사 측은 채권단에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한 자구계획안을 냈다. 이후 7월 25일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공고를 냈고 11월 7일 매각 본입찰을 마감했다.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 애경·스톤브릿지 컨소시엄, KCGI·뱅커스트릿 컨소시엄이 아시아나항공 본입찰에 참여했다.

금호산업 이사회는 11월 12일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가장 많은 금액(2조5000억 원)을 써낸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이후 양측은 팽팽한 협상 줄다리기를 이어갔다. 순조로워 보였던 매각 협상은 애초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예정일인 12월 12일까지 마무리되지 못하며 난항을 겪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의 구주 가격과 기내식 관련 과징금 등 우발채무에 대한 손해 배상 한도에 대해 견해차가 컸기 때문이다. 양측은 결국 이견을 좁히며 구주 매각가격의 9.9%(약 317억 원)로 합의하기로 하면서 매각 협상의 마침표를 찍었다.

새 날개를 단 아시아나항공은 HDC현대산업개발이 가진 사업들과의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HDC는 2005년에 파크하얏트서울을 개점해 호텔업에 진출했고 2015년 호텔신라와 손을 잡고 면세점 시장에 뛰어들었다.

올해 6월에는 한솔그룹의 오크밸리 리조트를 인수해 레저사업에도 발을 들였다.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항공-면세점-호텔의 3축이 완성됐다는 평가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은 항공업계 최고 수준의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게 되고 신형 항공기와 서비스 분야에서 지속적인 투자를 받게 될 것이며, HDC그룹은 아시아나 직원들과 함께 긍정적 시너지를 이뤄내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 강화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문제도 뒤따른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사의 손자회사는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하거나 2년 이내에 처분해야 한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에어서울의 주식을 100% 보유하고 있지만, 에어부산(44%)과 아시아나IDT(76%)는 그렇지 않다. 결국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통해 잔여 지분을 공개 매수하거나 이들 계열사를 다시 매각해야 한다.

HDC는 내년 1월 아시아나항공의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이사진을 교체한 뒤 유상증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신주 발행가 책정 등은 여전히 남은 과제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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