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가 26일(현지시간) 리비아통합정부(GNA)의 요청에 따라 리비아에 병력을 파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수도 앙카라에서 열린 집권 정의개발당(AKP) 지역위원장 행사에서 "파예즈 알-사라즈 총리가 이끄는 리비아 정부가 파병을 요청했다"며 "우리는 모든 형태의 지원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초대 받은 곳에는 가고, 초대받지 않은 곳에는 가지 않을 것”이라며 “초청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이를 받아들일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안보·군사 협정에 서명했다"며 "다음 달 8일과 9일에 열리는 의회에서 파병안을 통과시키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터키는 지난달 27일 GNA와 안보·군사 협정을 맺은 바 있다. 이 협정에는 GNA가 요청할 경우 터키가 군사 장비 및 군사 훈련을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GNA도 상황에 따라 터키의 군사적 지원을 받을 수도 있음을 밝혔다. 파샤 파티 바샤가 GNA 내무장관은 이날 튀니지 수도 튀니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리비아 동부 군벌인 칼리파 하프타르 리비아국민군(LNA) 최고사령관이 외국 병력에 군사 기지를 제공해왔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우리는 트리폴리를 지킬 권리가 있다“며 ”우리는 터키 정부에 군사적 지원을 공식적으로 요청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비아는 2011년 반정부 시위 운동 ‘아랍의 봄’ 여파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뒤 2014년부터 서부를 통치하는 GNA와 하프타르 사령관이 이끄는 동부 군벌 세력으로 양분됐다.
그러다 지난 4월 하프타르 사령관이 자신을 따르는 부대에 수도 트리폴리 진격을 지시했고, 두 세력의 충돌로 인해 지금까지 약 1000명이 사망했다. 이달 들어서도 하프타르 사령관은 트리폴리 진격을 재차 명령했고, 잔뜩 긴장이 고조된 상태다.
리비아 내전에 대한 주변국의 지지도 이해관계에 따라 복잡하게 얽혀 있다. GNA는 유엔이 인정한 리비아의 합법 정부로 터키와 카타르의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아랍에미리트(UAE) 등은 하프타르 세력을 지원한다.
미국의 경우에는 GNA를 지지했지만, 하프타르 세력과도 나쁘지 않은 관계를 맺으면서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 하프타르 사령관에게 전화해 리비아의 석유 자원 확보에 대한 공로를 인정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