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업자 불법추심 규제법 시행 '급물살'

입력 2008-09-12 08:16 수정 2008-09-12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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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 정치권 폐해 심각성 공감...당국 관리 및 단속 강화도 절실

사채업자들의 빚 독촉과 협박에 시달린 끝에 지난 8일 자살로 생을 마감한 채 발견된 탤런트 고 안재환(본명 안광성)씨의 죽음을 계기로 악덕 사채업자들의 불법추심을 규제해야 한다는 법제화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특히 그간 사사건건 마찰을 빚어 오던 여야가 이번에는 안씨의 안타까운 죽음을 계기로 법제화 제정 필요성에 커다란 공감대를 형성하는 분위기다.

이르면 사채업자들의 불법추심행위를 규제하는 법제화가 이번 정기 국회에서 통과돼 내년초부터는 시행될 가능성도 점처지고 있다.

당을 초월한 공감대 형성으로 이번 정기국회에서 파행 등 돌발변수가 없다면 어떠한 형태로든 법제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나라당과 친박연대 소속 일부 의원들은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한나라당 임두성 의원 대표로 그외 같은 당 의원 8명, 친박연대 의원 1명 등 9명이 공동참여한 법안이 지난 10일 정식 발의됐다.

위협적인 채권추심 행위로부터 채무자를 보호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대부업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보호에 관한 법률'과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이 그것.

발의된 법안에 따르면 '법원, 검찰 등 사법기관에 의해 작성된 문서로 가장하는 행위'나 '채권자가 아닌 자가 채권자의 명의로 연락하는 행위' 등이 금지된다. 이를 어길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또 '오후 9시~오전 8시까지 채무자를 찾아가거나 전화하는 행위'와 '거주지·직장 등에 집단으로 방문해 위협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대표 발의자인 임두성 의원은 "빈곤, 낙망, 사업실패로 인한 자살자가 연평균 1374명에 이르는 가운데 강압적 빚 독촉으로 인한 고통으로 삶을 포기하는 사람 없어져야 한다"며 "법안이 시행되면 채무자, 가족들의 안전 및 사생활을 보호하는 단초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법안이 시행 및 발효되기 위해 거쳐야 하는 단계로는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기획재정위원회에 회부돼 심의를 거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법률적인 검토가 이뤄진 후 통과시 본회의에 상정돼 최종 승인을 거쳐 공포와 시행 및 발효가 이뤄지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임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 정기국회내에서 법안이 통과되는 것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법안 통과와 동시 발효하는 것으로 발의돼 있어 이르면 공포와 동시에 내년부터 시행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무리한 불법추심으로 인한 폐해를 막아야 한다는 국민 여론 형성이 절실할 때"라며 "당지도부와 해당 상임위원회의 협력도 요청된다"고 강조했다.

야권도 불법 채권추심에 대한 단속 강화와 관련 법제정 필요성의 절실함에 이의가 없어 보인다.

민주노동당은 11일 성명을 내고 이번 정기국회에 불법채권추심방지법 제정에 적극 나섬과 함께 무등록대부업체에 대한 적발과 고발운동을 전개해 나간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민노당 박승흡 대변인은 "법 제정과 관련 채무자에게 위협과 협박행위, 채무자가 선정한 대리인에게만 연락하고 채무 변제 여부를 상의하도록 하는 소비자대리인제도를 도입함과 함께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을 두어 법적 실효성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창조한국당 김석수 대변인도 이날 "고 안재환씨의 자살을 둘러싸고 사채업자들에 의한 납치, 감금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안 씨의 친지들에 따르면 그가 실종될 때 사채업자들의 감금과 협박과 같은 불법적인 행위가 있었다는 가능성도 전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안재환씨의 자살사건에 사채업자들이 연루된 불법행위가 드러난다면 사법당국은 사채업자들의 불법 채권추심을 발본색원하는 계기로 삼아 일벌백계로 엄히 다스려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그는 "정치권도 턱없이 높은 사채 이자상한율을 IMF 외환위기 이전으로 되돌리는 개정법안을 처리하는 계기가 되야할 것"이라며 법제화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도 곧 이와 관련한 공식 입장을 밝힐 전망이다.

한편, 고 안재환 씨의 부친인 안병관 씨는 11일 아들의 영결식 직후 "사채문제로 자살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우리도 이렇게까지 사채가 많을 줄은 몰랐다”며 불법추심행위 등으로 인한 타살 가능성에 대한 의혹도 제기했다.

극심한 경기 침체로 사채업체로부터 돈을 꾸어 쓸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대부업법 개정으로 이자상한제가 도입됐지만 오히려 대부업법 위반 사례로 입건되는 사람들의 수가 폭증하는 추세다.

'빚이 아니라 빚 독촉 때문에 자살한다’는 말이 있듯 불법 채권추심으로 인한 폐해의 심각성이 사회 문제화 되고 있다.

사채업자들은 채무자 당사자에게 위협과 협박 차원을 넘어, 가족, 친지, 직장 등 주변에 채무사실을 알리거나 아이들 학교에 찾아가거나 가정 및 직장방문, 야간 추심행위 등 원금과 이자를 받아내기 위해 무리한 빚독촉을 자행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안씨의 죽음을 계기로 관련 법제정 외에도 금융당국과 사법당국의 관리 및 단속강화를 통해 사채업자의 불법추심행위의 근절에 대한 실효성 확보가 그 어느때보다 절실한 시점에 다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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