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전국 고가 아파트와 저가 아파트의 매매가격 차가 9년여 만에 최대치로 벌어졌다. 저가 아파트의 평균 가격 상승폭은 한 달간 10만 원에 그친 반면 고가 아파트의 상승폭이 2000만 원에 달한 영향이다.
1일 KB국민은행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아파트 5분위 배율은 6.83였다. 2011년 1월(6.91) 이후 8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5분위 배율은 주택을 가격 순으로 5등분해 상위 20%(5분위) 평균 가격을 하위 20%(1분위) 평균 가격으로 나눈 값이다. 고가주택과 저가주택 간에 가격 격차를 나타내는 것으로 배율이 높을수록 가격 차가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달 전국 1분위 아파트 평균 가격은 1억835만 원으로 전달(11월) 평균 가격(1억825만 원)보다 10만원 오르는 데 그쳤지만 5분위 고가아파트의 평균 가격이 7억3957만 원으로 전달(7억1996만 원)보다 1961만 원 상승한 영향이다.
이에 따라 전국 아파트 5분위 배율은 지난 11월 6.65에서 12월에 6.83으로 커졌다.
아파트값 양극화는 서울뿐 아니라 수도권과 지방에서도 심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의 지난달 1분위 아파트 평균 가격은 1억5344만 원으로 전월 대비 25만 원 상승했다. 반면 5분위 아파트 평균 가격은 6억186만 원으로 처음 6억 원을 돌파하며 전월 대비 1206만 원 올랐다.
부산 역시 지난달 1분위 아파트 가격은 평균 1억1997만 원으로 전월 대비 24만 원 하락했지만, 5분위 고가아파트 가격은 평균 4억8950만 원으로 전월보다 1452만 원 올랐다.
지난달 경기·부산·대구·대전·울산 등의 5분위 배율은 2013년 KB국민은행에서 관련 조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높았다.
서울의 지난달 5분위 배율은 4.75로 10월 수치(4.78)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서울의 지난달 1분위 아파트 가격은 평균 3억7019만 원, 5분위 고가 아파트 가격은 평균 17억6158만 원을 기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지방에서도 대도시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전용면적 84㎡ 이하 아파트가 10억 원을 넘겨 거래되는 경우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며 "새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과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의 12·16 부동산 대책 영향에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은 주춤해질 가능성이 짙다. 9억∼15억 원 주택의 경우 9억 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종전 40%에서 20%로 축소되고, 시세 15억 원 초과 주택은 주택담보대출이 전면 금지됐기 때문이다.
박 위원은 "지난해 새 아파트와 학군 수요를 중심으로 주거 양극화가 심화했다면 올해는 12·16 대책에 의한 가격 갭 메우기로 이같은 현상이 둔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