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오너 2~4세, 경영 전면 속속 등장…‘가업 물려주기’ 여전

입력 2020-01-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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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0-01-01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장수 기업이 포진한 제약업계가 신년에도 오너 경영을 강화한다. 경영 전면에 등장한 오너 2~4세들이 성과를 내고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다수의 제약기업들이 새해를 맞아 오너가(家) 자녀를 승진시키며 본격적인 경영권 승계 작업에 나섰다.

보령제약은 보령홀딩스 신임 대표이사에 김정균(35) 운영총괄을 선임했다. 김 대표는 김은선 보령홀딩스 회장의 아들로, 2014년 보령제약에 입사해 2년 만에 상무로 초고속 승진, 2017년 보령홀딩스로 자리를 옮겼다.

창업주인 김승호 보령제약 회장은 슬하에 네 명의 딸을 뒀다. 김은선 회장은 아버지로부터 보령제약을 이어받은 지 10년 만인 지난해 12월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고 3세 경영을 위한 판을 짰다.

제약업계 오너 경영인 중 가장 ‘젊은 피’에 속하는 김 대표는 회사 매출과 수익성 향상에 공들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래 성장을 위해 IT기술과 융합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에 대한 투자 의지를 드러냈다.

씨제이헬스케어를 인수하면서 제약사업을 강화한 한국콜마는 2세 경영 구도를 공고히 다지고 있다. 창업주 윤동한 전 회장의 아들 윤상현(46) 부회장은 승진에 이어 지주사 한국콜마홀딩스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윤 전 회장은 한국콜마홀딩스 주식 251만여 주를 지난해 12월 24일 윤 부회장에게 증여했다. 당일 종가 기준 약 520억 원 규모다. 이에 따라 윤 부회장은 한국콜마홀딩스 지분 31.4%를 확보한 최대주주가 됐다. 윤 전 회장의 지분은 28.2%에서 14.2%로 줄어들었다.

업계는 지난해 8월 윤 전 회장이 ‘막말 동영상’ 강제 시청 논란으로 갑작스럽게 퇴진하면서 경영 승계가 속도를 낸 것으로 풀이한다. 윤상현 부회장은 2018년 씨제이헬스케어 인수를 진두지휘했으며, 회사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삼진제약은 1일 자로 최승주 회장의 장녀 최지현(46) 상무와 조의환 회장의 장남 조규석(49) 상무를 각각 전무로 승진시켰다. 조 회장과 최 회장은 1968년 회사를 공동 창업해 50년 이상 공동 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마케팅·홍보를 담당하는 최 전무와 경영관리를 맡은 조 전무는 2015년 이사, 2018년 상무에 이어 전무까지 나란히 승진하면서 2세 경영의 기반을 마련했다. 특히 최 상무는 입사 10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해 10~11월 삼진제약 주식 3만8692주를 장내 매수해 0.28%의 지분을 확보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조 회장의 차남 조규형(45) 이사도 상무로 승진했다. 오너 자녀 3인 중 가장 먼저 삼진제약에 입사한 조 상무는 기획 업무를 맡고 있다.

국내 최장수 제약사 동화약품은 4세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윤도준 회장의 장남 윤인호(36) 상무는 등기임원으로 이사회에 진입하면서 경영 참여를 확대했다. 누나 윤현경(40) 상무보다 한발 빠른 승진 행보에 업계에서는 후계구도가 윤인호 상무에 좀 더 기운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30·40세대 중심의 후계자 경영은 업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란 기대와 함께 혈연에 의존한 구태 경영이라는 우려가 교차한다. 업계 관계자는 “보수적인 제약업계의 특성상 세대교체가 곧 혁신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경영 승계의 정당성을 입증하려면 자리에 걸맞은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숙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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