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쥐띠 CEO] ‘한국 경제 新르네상스’ 이끌 전문경영인 7인

입력 2020-01-02 05:00 수정 2020-01-02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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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규·이대훈·현성철 등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풍요와 번영을 상징하는 ‘흰 쥐의 해’ 경자(庚子)년을 맞아 ‘쥐띠 출신’ 최고경영자(CEO)가 주목받고 있다. 쥐는 위험을 미리 감지하는 본능으로 어려운 여건에서도 살아남는 동물이다. 한국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CEO들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이다. 올 한 해를 앞장서 이끌어 나갈 1960년생 쥐띠 CEO 7인을 들여다봤다.

눈에 띄는 실적으로 올해 성과가 기대되는 CEO는 김원규 이베스트투자증권 대표이사, 이대훈 NH농협은행장이다.

지난해 3월 이베스트투자증권 대표이사(사장)로 취임한 김 사장은 과거 LG투자증권 최연소 지점장에 오르는 등 증권업계에서 일찌감치 능력을 인정받았다.

김 사장은 취임 당시 4000억 원 규모이던 이베스트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을 임기 내 1조 원까지 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이베스트투자증권의 자본 규모는 2018년 4037억 원에서 2019년 3분기 기준 5021억 원까지 성장했다. 2013년 3093억 원에서 2018년 4000억 원으로 가는 데까지 5년이 걸렸던 점을 감안하면 가파른 성장세다.

IB부문의 성장도 돋보인다. 2018년 134억 원이던 인수 및 주선 수수료는 2019년 상반기(144억 원)에 이미 넘어섰다. 특히 회사 설립 후 최대인 3700억 원 규모의 ‘수원 하늘채 더 퍼스트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단독 주관해 지난달 자금 조달을 마쳤다. 회사는 시공사인 코오롱글로벌과 업무 관련 약정을 체결하고 사업 진행을 이어 나갈 방침이다.

이대훈 NH농협은행장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끈 공을 인정받아 농협은행 출범 후 처음으로 3연임에 성공했다. 농협금융 계열사 CEO는 기본 임기 1년에 1년 연임이 관례다. 3년간 임기를 이어가는 것은 2012년 농협의 신경분리(신용·경제사업 분리) 이후 처음이다. 이 행장은 2017년 은행장으로 선임된 이후 연임돼 은행장을 맡아왔다. 농협은행의 2018년 순이익은 사상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어섰고, 2019년 3·4분기 누적 순이익도 1조1922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 행장은 지난 2년간 ‘NH디지털혁신캠퍼스’ 사업을 펼치는 등 디지털 전환에 집중해왔다.

이 행장은 올해 디지털 전환과 해외 사업 강화에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 행장은 평소 ‘디지털 익스플로러’라고 쓰인 명함을 들고 다닐 정도로 디지털 전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글로벌 진출 관련해 이 행장은 올해 해외 점포 증가 속도를 다른 은행들보다 두 배 이상 늘린다는 목표다.

빠른 결단력과 과감한 업무 추진력으로 변화를 이끌어 온 CEO는 현성철 삼성생명 사장,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다.

2018년 3월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된 현성철 사장은 삼성그룹 내에서 다양한 요직에서 근무하며 쌓아 ‘재무통’이란 별명을 가졌다. 삼성생명 내부에서 ‘공과 사’가 분명한 경영자로 평가받고 있는 현 사장은 빠른 결단력과 추진력이 강점으로 꼽힌다.

그는 취임 이후 내부 직원들에게 가장 먼저 영업력 강화를 주문하며 실적을 더욱 끌어올리는 데 주력했다. 이를 위해 삼성생명의 상품 전략을 바꾸기로 결정하고 즉각 실행에 옮겼다.

그 결과 삼성생명의 3분기 신계약가치는 3204억 원으로 1년 만에 4.8% 증가했다. 연간 누적 기준으로도 17.8% 증가했다. 신계약가치는 보험계약 체결 후 전체 보험기간에 발생할 수 있는 수익과 비용을 모두 계산해 장래 이익으로 환산한 가치로 장래 이익의 흐름을 나타내는 지표다. 삼성생명의 경우 건강상해보험 등 보장성 상품 판매가 늘면서 신계약 가치가 크게 개선됐다.

2018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에 오른 정 사장의 강점은 결단력을 바탕으로 한 과감한 업무 추진이다. 이 같은 업무 스타일 때문에 공직에 있을 때 ‘독일병정’, ‘백상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정 사장은 한수원 수장을 맡은 지 1년 만에 신형 경수로 ‘APR1400’의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설계인증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뤘다. 미국에서 미국 외 노형이 설계인증을 받은 것은 한수원이 처음이다. 정 사장은 올해 원전 업계를 이끌어나가던 맏형에서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선도하는 ‘종합에너지기업’으로 거듭난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누구보다 바쁘게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소통과 사람 중심 경영으로 입지를 다진 대표적 CEO는 이원희 현대자동차 사장과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부회장이다.

이원희 현대자동차 사장은 주요 기관투자자와 소통하며 현대차의 본질적 가치를 알리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경영 리스크가 존재할 때마다 곧바로 국내외 주요 투자자에게 직접 나서 향후 전망과 비전, 리스크 해결을 위한 현대차의 전략 등을 피력했다. 지난해 2월 ‘CEO 인베스터 데이’를 직접 주관하며 금융투자업계와 본격적 소통을 시작한 것이 시초였다. 나아가 현대차의 V자 반등을 알린 신호탄이기도 했다. 미국 시장에서 세타2 엔진 결함 논란이 불거졌던 지난해 10월에도 적극적 보상계획과 평생보증을 직접 약속했다. 현대차가 대규모 비용 발생에 대해 그 배경을 단순하게 보도자료가 아닌, 기업설명회를 통해 이해관계자에게 즉각 설명한 것 역시 소통 강화의 의지에서 비롯됐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부회장은 47세에 한국투자증권 사장 자리에 오르며 최연소 CEO 타이틀을 거머줬다. 이후 12년간 자리를 유지하며 업계 최장수 CEO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유 부회장이 수장을 맡으면서 한국투자증권은 자기자본을 4조 원 이상으로 늘려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한국투자증권은 역대 최고 실적을 거둔 데 이어 해외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했다. 특히 그는 ‘사람 중심의 경영’ 철학을 중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재임기간에 구조조정을 한 번도 실시하지 않았고, 꾸준히 신입직원을 채용했다. 11차례 연임한 유 부회장은 2018년 대표이사에서 승진하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현재 유 부사장은 상근 부회장으로, 경영 전반에 대한 자문을 맡아 신임 경영진을 조력하고 있다.

수십년간 한 분야에 집중한 노력의 성과를 내고 있는 CEO는 김창학 현대엔지니어링 대표다. 화공플랜트·엔지니어링 전문가로 꼽히는 김 대표는 “신규 사업 발굴과 함께 현대엔지니어링 조직 혁신의 적임자”로 평가받으며 2017년 2월 부사장에 오른 뒤 2년 만인 작년 4월 사장까지 고속 승진했다.

김 대표는 취임 첫해부터 중앙아시아와 유럽 등지에서 대규모 공사를 수주하는 등 성공적으로 출발했다. 특히 기본설계를 수주했다는 점이 큰 성과다. 기본설계는 외국 선진 건설사가 독점하는 고부가가치 분야다. 무려 30여 년간 화공플랜트 분야에 집중해 온 김 대표의 ‘뚝심’이 빛을 발했다고 업계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김 대표는 올해도 해외시장 공략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지난해 다소 부진했던 주택사업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9일 마감 예정인 갈현1구역의 시공사 선정 재입찰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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