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새해 벽두부터 돈 푼다...6일부터 지준율 0.5%P 인하

입력 2020-01-02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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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새해 첫날부터 경기 부양을 위해 유동성 공급 카드를 꺼내 들었다. 최근 경제지표가 다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여전히 안갯속인 경제 상황을 고려해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는 평가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인민은행은 오는 6일부터 시중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하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이 같은 조치를 통해 시중에 8000억 위안(약 133조 원)의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인민은행은 “다가오는 춘제(설)를 앞두고 실물 경제 지원 및 대출 비용을 낮추기 위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유연한 통화 정책을 통해 경기 활성화를 지원할 방침”이라고 지급준비율 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WSJ는 중국 중앙은행이 새해 첫날부터 지급준비율 인하 조치를 통해 올해 금융 완화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분명한 신호를 보냈다고 평가했다. 중국 전체 경제 규모로 보면 이번에 시중에 풀리는 돈의 규모가 크지 않지만, 중국 정부가 시장에 보낸 시그널에 더 큰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뉴욕타임스(NYT)도 “정초부터 시중에 돈을 푸는 제스처를 통해 중국 정부가 성장 둔화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는 자세를 보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이 적극적으로 경기 방어에 나선 것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3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는 등 미·중 무역 갈등의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 성장률도 6%대 달성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과 1단계 무역합의 서명이 확실시되고 있지만, 중국 경기 둔화와 침체된 내수는 중국 경제의 주름을 깊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2019년 중국 경기 부양에 큰 역할을 했던 자산 시장마저 올해는 부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류쉐즈 중국 교통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안정화 신호가 보이지만 아마도 성장 둔화는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시중에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는 정책은 중국 정부로서는 양날의 칼과 같다. “부채로 쌓아 올린 경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중국의 대출 리스크는 경제 뇌관이 되고 있다. 빚더미에 앉은 중국 지방 정부와 기업들의 디폴트 우려가 급증하면서 중국은 그동안 대출을 죄는 정책을 펴왔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가 새해 첫날부터 유동성 공급 카드를 꺼내든 것은 성장 엔진이 꺼져버릴 것이란 우려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글로벌 무역 보호주의가 강화하면서 더는 해외투자나 수출에 기댈 수 없는 처지가 된 것도 중국이 내수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다.

일부 전문가는 중국의 이번 조치를 두고 경기 부양과 과도한 부채 리스크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는 중국 정부의 고뇌가 담겼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그 탓에 중국 성장 속도가 더 둔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돈 풀기를 시작으로 다른 국가들도 줄줄이 금융완화 조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식어가는 성장 엔진이 비단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독일은 지난해 간신히 경기침체 국면을 벗어났지만 중국에서의 수요 감소 등으로 제조업 강국으로서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아시아는 물론 중국 투자 의존도가 높은 아프리카와 남미도 성장 둔화의 파고를 맞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인한 글로벌 수요 감소로 당사국인 미국 제조업도 휘청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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