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생명보험사들이 3년 새 1조 원이 넘는 부동산을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 도입에 선제적으로 대비해 자본을 확충하기 위함이다. 저효율 투자처를 줄여 자산운용수익을 높이려는 의도도 있다.
2일 금융감독원 정보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국내 생명보험사들의 부동산 자산은 12조6427억 원으로 집계됐다. 2017년 9월 13조 7398억 원을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3년새 1조 971억 원이 줄어든 셈이다.
가장 감소폭이 두드러지는 건 삼성생명이다. 삼성생명의 부동산 자산은 지난해 9월 4조2037억 원으로 2017년(5조 1784억 원) 대비 9747억 원 줄었다. 삼성생명은 2~3년 전부터 부동산 매각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강남의 대치 2빌딩을 한화자산운용에 매각했으며 서울과 수원, 부산, 광주 등에 위치한 빌딩 6개를 종합 부동산그룹인 MDM에 넘겼다. 여기에 대전, 분당, 안양, 등의 부동산도 팔아치웠다. 삼성생명은 올해도 삼성동 빌딩과 인천 구월동 사옥 매각 등 유휴 부동산 정리를 진행 중이다.
한화생명은 3조 4~5000억 대 수준의 부동산 자산을 보유 중이다. 다만 앞으로는 매각 작업에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실시한 종합검사에서 한화생명의 부동산 투자에 대해 지적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타 보험사들이 부동산 등 저효율 운용자산을 처분하는 투자전략을 채택하고 있는 것과 달리, 운용자산 중 투자 비중을 타 보험사 대비 높게 유지했다”며 “자산의 투자 효율성이 지속적으로 저하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경영유의를 내렸다.
이밖에도 주요 생보사들은 새 국제회계 기준(IFRS17) 도입에 따른 재무 건전성 확보가 지상과제로 떠오르면서 부동산 매각 작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IFRS17과 함께 K-ICS가 도입되면 부동산을 보유하려면 지금보다 많은 적립금을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K-ICS에서 정한 부동산 위험은 부동산 가격의 수준과 변동성 및 부동산 투자로부터 발생하는 현금흐름의 금액과 발생 시기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예상하지 못한 손실이 발생할 위험이다.
쉽게 말해, 현행 지급여력비율(RBC)에서는 부동산 가격 변동 폭을 8%로 보고 있지만 K-ICS에서는 25%로 본다는 것이다. 예컨대 100억 원의 부동산 자산을 보유했다면 지금은 8억 원의 준비금을 쌓으면 되지만 앞으로는 25억 원의 준비금을 쌓아야 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오래된 사옥을 팔아 현금으로 유동화하겠다는 뜻”이라며 “금리가 떨어지면 자산운용 수익률도 낮아져 보험사들은 부동산을 매각해 보험이익이 감소한 데 따른 수익성 하락을 방어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