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담담한 표정으로 취임사를 읽어내려가던 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은 '개혁'을 말할 때는 단호했다.
지난 국회 인사청문회 날과 같이 파란색 정장을 입고 얼굴에 미소를 띤 채 강당에 들어선 추 장관은 법무부 직원들과 악수를 하고 인사를 나누며 단상을 향해 걸어갔다. 직원들은 추 장관이 들어오자 모두 일어서 손뼉을 치며 환영했다.
이날 추 장관의 취임사는 검찰 개혁에 방점이 찍혔다. 12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의 취임사에서 ‘개혁’이란 단어를 17회 말했다. ‘검찰’은 15회 언급했다. 앞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취임식에서는 개혁과 검찰을 각각 10회, 17회 언급한 바 있다.
추 장관은 “가장 힘들고 어렵다는 검찰개혁은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가 됐다”면서 “검찰개혁은 그 어려움 만큼이나 외부의 힘만으로 이룰 수 없으며 이제는 검찰 안에서도 변화와 개혁을 향한 목소리가 나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국민적 염원 속에 통과된 검찰개혁 법안이 법무 현장에 차질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며 “시행령 정비는 물론 조직문화와 기존 관행까지 뿌리부터 바꿔내는 ‘개혁의 마중물’이 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추 장관은 검찰개혁 완수를 위해 법무부와 검찰이 힘을 합쳐야 한다며 '줄탁동시'(啐啄同時)를 인용했다. 줄탁동시란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 알 속에서 껍질을 쪼고, 어미 닭이 알 밖에서 껍질을 깨는 두 일이 동시에 이뤄지는 것을 뜻하는 사자성어다.
추 장관은 취임사를 읽는 중간중간 직원들의 호응을 끌어내는 가벼운 농담을 던지며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기도 했다.
추 장관은 자신의 검찰개혁 발언에 박수가 나오자 “박수 치셨으니까 약속하신 거죠”라며 화답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계속 추진 중인 법무부 탈검찰화 등 개혁 과제 수행과 법무부 위상 회복, 인권 강화에 대한 발언을 마치고선 “제가 당부드리는데 박수 한 번 쳐 주시죠”라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직원들이 박수로 호응하자 “박수 소리는 다 녹음이 돼서 여러분들 약속 지키셔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취임식을 마친 추 장관은 청사에 머물며 이날부터 공식 업무에 돌입한다.
일각에서는 추 장관 취임과 동시에 대대적인 검찰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법무부는 지난달 검사장 승진 대상자인 사법연수원 28기 이하를 대상으로 인사검증 자료를 요청하고, 청와대는 최근 28~30기 검사들에 대한 세평 수집을 경찰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