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돈가스 부부와 양준일…준비된 사람은 행복하다

입력 2020-01-06 06:00 수정 2020-01-06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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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운 디지털뉴스룸 에디터

최근 연예 관련 뉴스에서 마법의 키워드로 떠오른 단어는 ‘포방터 돈가스’와 ‘양준일’이다.

일단 이들 단어를 다룬 기사는 다른 기사와 비교해 볼 때 조회수부터 남다르다. 남녀 구분도, 특정 연령층도 없을 정도로 관심이 엄청나다. TV 프로그램에 노출된 음식점이나 인물들의 화제성이 하루를 채 넘기기 어려운 게 보통인데, 이들은 반대로 점점 더 증폭되며 새로운 국면으로 나가는 모습이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소개되어 유명세를 탄 포방터 돈가스는 방송 당시부터 화제를 일으키며 철야 줄서기라는 진풍경을 만들었다. 이후 인근 주민의 항의 등의 말할 수 없는 여러 사정으로 제주도로 터전을 옮겼지만, 이는 더 나은 환경에서 음식점을 운영할 수 있는 전화위복이 됐다. 얼마 전에는 줄서기 아르바이트가 10만 원에 거래됐다고 하니, 유명세로 따지자면 아마도 현재 우리나라 1등일 거다.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찾아올 때, 성공이라는 화약은 폭발한다. 돈가스집을 운영하는 부부는 ‘성실하게 살면 손해를 본다’라는 배금주의적 사고가 절대 줄 수 없는 교훈과 감동을 줬다. 초밥집을 실패하고 돈가스 장사도 몇 년째 부진했지만, 부부는 좋은 재료를 쓰고 조리법을 연구했고, 밤새 줄을 설 만큼 손님이 늘어난 뒤에도 이런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대신 부부는 돈이 아니라 ‘인정받는 것’에서 행복을 찾았다. 방송에서 그들은 "돈가스가 맛있다고 칭찬하는 손님들을 보면서 그동안 돈이 없어서 우울했던 게 아님을 깨달았다"라고 말했다. 내가 하는 일이 맞는 방향이라고 손님들에게 인정 받은 게 행복이었다는 것. 돈이 최고인 세상에서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열띤 응원을 일으킨 한마디였다.

좀 더 신상 화제인 양준일로 가보자. 20대 초반에 데뷔했지만, 조금 알려질 만하자 더 이상 한국에서 가수로 활동하기 어려워진 현실. 그가 ‘슈가맨3’에서 들려준 당시 갑자기 자취를 감추게 된 사정은 충격적이었다. 이후 한국에서 배척받는 자신을 숨기기 위해 이름을 바꾸고, (아마도 하고 싶지 않았겠지만) 당시 대세였던 근육질 마초로 스타일을 완전히 바꾼 뒤, 다시 방송을 두드렸지만 결국엔 실패한 가수.

하지만, 20년 동안 철저하게 잊혔다가 다시 나타난 그는 당시 우리 사회의 경직성에 대해 성토하거나 자신을 잊어버린 대중에게 섭섭해하는 것 대신,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에 얼마나 놀랍고, 기쁘고, 고마운지에 대해 시간을 들여 천천히 말했다. ‘정말 열심히 했지만, 기회가 평등하지 않았다’라는 식의 연예계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지적하면 패널들이 맞장구쳤던 방송인데 말이다.

어쨌거나 양준일은 ‘유튜브 지디’로 1020세대의 주목을 받다가, 한 TV 방송프로그램 출연을 계기로 50대에 다시 연예계로 돌아왔다. 그에게 보내지는 관심은 1020세대에는 호기심이겠지만, 중년층에는 현실의 벽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20대 시절의 꿈을 대신 이뤄주고 있다는 대리만족일지도 모른다.

놀라운 것은 20년 이상 연예계를 떠나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준비되어 있었다는 것. 이미 유료 팬 미팅은 성황리에 끝났고, TV 음악방송 무대에도 섰다. 광고계 블루칩이 될 것이라는 소식도 전해지니 이쯤 되면 ‘양준일 신드롬’이다. 물론, 한때의 관심으로 떴다가 빠르게 소비될 뿐이라는 우려도 나오지만, 과연 그게 중요할까. 그는 진심으로 행복해 보였다.

포방터 돈가스 부부와 양준일, 이들의 공통점은 다시 기회를 얻었고, 준비가 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그들은 성실했으며, 남의 탓을 하지 않았고, 꿈을 꺾지 않았다. 노력을 쉽게 인정해주지 않고, 실패를 너그러이 용납하지 않는 우리 사회이기에, 이들의 이야기는 성인을 위한 한 편의 감성동화 같기도 하다.

잠깐. 남의 이야기로 끝나는 게 아니라, 잊고만 것에 대해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준비가 되어 있을까. 2020년을 맞으며 문득 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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