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갈등 불똥 튄 아람코...시총 2000억 달러 증발

입력 2020-01-07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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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상승 호재에도 지정학적 위기 우려가 더 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의 정유시설. AP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의 정유시설. AP연합뉴스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의 불똥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사우디아람코로 튀었다.

6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아람코 주가는 지난해 12월 화려하게 증시에 데뷔한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글로벌 기업공개(IPO)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며 기업가치가 약 1조8000억 달러로 평가됐지만 주가가 하향 곡선을 그리면서 시가총액은 IPO 이후 지금까지 2000억 달러(약 233조 1400억 원) 이상 증발했다.

특히 최근 이란 군부 최고 실세 거셈 솔레이마니 총사령관이 미국의 공격으로 사망한 이후 중동 불안이 고조된 여파에 아람코가 허덕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주 미국의 공격 이후, 아람코 주가는 2% 가량 하락했으며 이는 미국에 대한 이란의 ‘강력한 보복’이 임박했다는 우려를 반영한다.

국제유가가 지난 2일 이후 6% 정도 상승하면서 배럴당 70달러 근처까지 올랐음에도 아람코 주가는 하락해 이란의 보복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그만큼 시장을 흔들었다고 CNN은 지적했다.

투자은행 텔리머의 하스나인 말릭 주식전략 부문 대표는 “솔레이마니 사망은 최악의 지정학적 위기를 불러왔다”면서 “아람코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을 꺾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사우디를 겨냥해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아람코의 핵심 석유 시설, 컴퓨터 네트워크 등이 공격 목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최고의 해킹 능력을 보유한 이란이 사이버 테러를 저지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란은 JP모건체이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웰스파고 등 월가 대표 은행들을 공격해 고객들의 계좌 접근을 어렵게 한 이력이 있다. 앞서 아람코도 2012년 해커들의 공격을 받아 3만5000대의 컴퓨터가 부분적으로 자료가 삭제되거나 완전히 파괴되는 등 최악의 사이버 테러를 당했다.

또 다른 가능성은 아람코의 기반시설에 대한 공격이다. 지난해 9월 아람코의 정유시설 두 곳이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받아 운영이 중단됐는데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배후에 이란이 있다고 의심해 왔다.

한편 일각에서는 아람코 투자자 상당수가 사우디의 개인, 회사, 기관이어서 시총이 상당히 과대평가된 측면이 있다면서 현재 수준을 유지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그나마 최근 유가 상승이 아람코 주가의 추가 하락을 방어하고 있지만 앞으로 유가까지 더 떨어질 경우 아람코 주가 하락세는 불가피할 것이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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