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자 국내 건설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동지역은 국내 건설사들의 전통적 수주 텃밭으로 이란발(發) 지정학적 리스크로 중동의 정세가 불안해질 경우 수주 환경이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국·이란 분쟁에 따른 중동지역 지정학적 위험 증가가 장기적인 국제유가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오히려 수주가 늘면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7일 해외건설협회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100여개 건설사가 중동지역 330개 현장에서 공사를 진행 중이다. 다만 이란 지역에서 진행되는 사업은 이번 사태 이전에 거의 철수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의 이란 금융 제재로 이란에 본사를 둔 발주처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현대건설이 수주했던 석유화학 제품 생산설비 공사 계약과 대림산업의 정유공장 개선사업 등이 잇따라 계약 파기된데 따른 것이다.
이란 지역에서 진행 중인 공사는 없으나 이란 인근 지역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건설사는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GS건설, 대림산업,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등이다.
현대건설과 GS건설, SK건설은 조인트벤처를 구성해 2조 원 규모의 카르발라 정유공장도 건설 중이며, 대우건설은 이라크 알포 도로공사를 7035만 달러(약 850억 원)에 수주했다.
아직까지는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중동 내 주변 지역으로까지 번지지는 않았으나 사태가 최악으로 치닫을 경우 현재 진행 중인 공사 뿐 아니라 향후 수주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국내 건설사들의 중동지역 수주는 2018년 92억 달러에서 지난해 48억 달러로 다소 줄고 있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가능성은 낮지만 이번 사태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국내 건설사의 최대 해외 발주처인 중동 국가들의 공사 진행은 물론 신규 발주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영향을 미칠 국가는 UAE, 바레인, 카타르, 쿠웨이트, 이라크 및 사우디 일부 지역 등 중동 대부분이 해당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이 장기적으로 이어진다면, 산유국(발주처) 재정 개선에따른 발주 증가 및 마진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백 연구원은 "실제 2000년 초중반 중국의 원유 수요 증가 및 이란 핵시설 건설 시작에 따른 중동 위기 고조 등에 힘입어 국제유가는 2008년 140달러대까지 치솟았는데 이때 건설업종은 호황기를 누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