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갈등 고조에…국제 사회 ‘동상이몽’

입력 2020-01-07 15:18 수정 2020-01-07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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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양면 전략’ 취하며 동분서주…일각선 “중·러 내심 기뻐할 듯” 분석도 나와

▲미 해병대가 3일(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 주재 미국대사관 경내에서 삼엄한 경비를 펴고 있다. 바그다드/EPA 연합뉴스
▲미 해병대가 3일(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 주재 미국대사관 경내에서 삼엄한 경비를 펴고 있다. 바그다드/EPA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 갈등을 둘러싸고 국제사회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양국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이란 핵합의(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가 좌초될 위기에 내몰린 상황에서 이란의 핵 합의 복귀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국가들이 있는가 하면, 내심 속으로 좋아하는 나라도 있다.

중동 지역은 3일(현지시간) 이란의 군부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이 미군의 공습으로 살해되면서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로 치닫고 있다. 이란은 ‘가혹한 보복’을 예고하고 나섰다. 미국 역시 이란이 보복 공격을 강행할 시에는 이란에 매우 중요한 52개 곳을 공격 목표로 삼을 것이라고 되받아쳤다. 전날에는‘불균형적인 방식’의 반격 가능성을 천명하는 등 경고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이러한 강 대 강 대치 속에서 이란은 급기야 5일 “핵 합의에서 정한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수량 제한을 더는 지키지 않을 것”이라며, 사실상 핵 합의를 탈퇴하겠다는 발표를 내놨다.

◇ 美, ‘보복 예고’에 중동 병력 증파…우왕좌왕 해프닝도 = 미국은 중동 지역에 3500명의 병력을 추가 배치하기로 했다. 미군 82공수부대의 대변인인 마이크 번스 중령은 4일 “82공수부대 내 신속대응병력 3500명이 수일 내로 중동에 배치될 것”이라고 밝혔다. 솔레이마니 사령관 사망 이후 이란의 보복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 이에 대한 방어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중동 정세 속에서 6일에는 웃지 못할 ‘철군 서한’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앞서 AFP 통신은 미군 이라크 태스크포스의 책임자인 윌리엄 실리 미 해병대 여단장이 이라크 연합작전사령부 사령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라크 주둔 미군이 다른 지역으로 병력 이동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러나 곧장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 장관은 “이라크에 주둔하는 미군은 철수할 계획이 없다”며 보도를 부인했다. AFP에 따르면 마크 밀리 합장의장은 “이 서한은 초안이며, 실수로 보내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증원된 병력 이동 상황을 상정, 이를 강조하기 위해 서투르게 쓰여진 초안이었다는 것이 미 국방 당국의 설명이다.

◇‘핵 합의 탈퇴’ 후폭풍…비상 걸린 유럽과 ‘핵 도미노’ 우려 중동= 유럽은 이란의 사실상 ‘핵 합의 탈퇴’ 선언에 비상이 걸렸다. 유럽은 2018년 5월 미국의 일방적 핵 합의 탈퇴와 이란의 반발 속에서도 이번 핵합의를 유지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해왔는데, 모두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란의 돌발 행동에 유럽 정상들과 유럽연합(EU)의 수반 격인 유럽연합(EU)의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란에 핵 합의 복귀를 촉구하는 성명을 내는 등 핵 합의를 지키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

유럽은 현재 이란이 핵 합의를 탈퇴하지 않도록 설득에 나서는 동시에, 제재 복원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압박하는 ‘양면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EU 외무장관들은 오는 10일 벨기에에서 모여 긴급회의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필요 시 핵 합의에 규정된 분쟁 해결 절차를 가동, 압박을 통해 핵합의를 구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유럽은 이란이 아직까지 대화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 소통을 이어가고 있는 상태다.

일각에서는 이란의 핵 합의 탈퇴 여파로 중동 지역에 ‘핵무장 도미노’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선 이란이 핵무기를 갖게 되면, 중동 패권을 두고 이란과 다투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도 핵 개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지난 2018년 초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우디는 핵 무기를 추구하지 않지만, 이란이 개발하면 우리도 최대한 신속히 똑같은 절차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미·이란 갈등에 웃는다?…“중·러, 속으로 기뻐할 듯” = 전 세계가 양국의 무력 충돌과 핵 확산 우려에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갈등이 자국의 이익에 그리 나쁘지 않은 나라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바로 중국과 러시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들 두 국가가 미국과 이란의 긴장 상태에 대해 내심 기뻐하고 있다는 한 연구원의 분석을 소개했다. 미국이 이란 문제에 집중할수록 동유럽과 아시아로의 관심이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특히 러시아는 이번 갈등으로 눈에 보이는 실질적인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는 국가다. 러시아 국방 싱크탱크 캐스트(CAST) 러슬란 푸코프 국장은 “러시아가 미국과 이란의 갈등으로 이란산 원유 수입과 관련해 단기적 이득을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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