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부터 공석이었던 수출입은행의 사외이사에 유복환 전 세계은행 한국이사와 정다미 명지대 교수가 임명됐다. 이들 사외이사는 사측에서 추천한 인물로, 노조 측이 추천한 인물은 선정되지 않았다. 애초 사외이사 후보 리스트에는 사측 4명, 노조 측 2명이 추천됐으나 최종 후보에는 각각 3명, 1명이 올랐다. 노조 측에서 추천한 인물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학계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은의 시도는 금융권에서 가장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받았다. 수은의 사외이사 임명권을 가진 기획재정부가 수은 노조 측에 긍정적인 반응을 내보였기 때문이다. 수은 사외이사는 은행장이 제청해 기재부 장관이 임명하는 절차를 거친다.
그간 금융권에 ‘노동이사제’ 논의가 있을 때 기재부는 “주무 부처와 협의할 사안”이라는 식으로 책임을 넘겨왔다. 실제로 기업은행이 박창완 금융위 금융발전심의위원회 위원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을 때에는 담당 부처인 금융위가 반대하면서 좌초됐었다. 사실상 정부 차원에서 ‘노동이사제’ 공약을 폐기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노동이사제는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였다.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가해 경영진을 감시할 수 있도록 하는 금융개혁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경영권 침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노동자 인사가 사외이사로 가는 대신에 노조가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할 수 있도록 단계를 축소했다. 한마디로 힘을 뺀 것이다. 앞서 기은과 수은에서 시도한 것도 노동이사제가 아닌, 노조추천이사제였다.
금융노조는 반복해서 좌초된 노동이사제 논의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허권 전국금융노조 위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번 정부가) 공약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해 분명히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다음 사외이사 임기가 돌아오는 것에 맞춰 또 준비하겠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선례에 따라 다음 시도도 불발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100대 국정과제는 대체로 선거 전 선심성 공약이 대부분”이라며 “기재부마저 거부한 마당에 향후 도입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