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 인터넷 3년 넘게 쓰면 바보?" 경품 지급 천태만상

입력 2020-01-08 17:21 수정 2020-01-08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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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약정이 끝나고 이동통신사를 안 바꾸면 '호갱'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돈다. 신규 가입 시 주어지는 경품 규모가 만만치 않기 때문.

인터넷 요금제ㆍIPTV와 결합 여부에 따라 금액은 달라지지만, 신규 가입자는 보통 현금과 상품권을 합해 20만~40만 원을 쥘 수 있다. 현금 대신 TV나 청소기 등 전자제품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 이 때문에 한 통신사를 오래 유지하는 것보다 3년 약정 기간이 끝나면 새로운 통신사를 찾아 나서는 이들이 많다.

장기 가입자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 3년 넘게 한 통신사를 유지하더라도 신규 가입자처럼 경품 받기가 어렵다. 이 문제를 바로잡고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경품 고시제'를 지난해 6월부터 시행하면서 혜택을 골고루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일부 통신사 대리점은 여전히 장기 가입자를 홀대하고 있다.

◇뺏고 뺏기는 전쟁터,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라

2019년 5월 기준, 이통 3사(SK브로드밴드ㆍKT 올레ㆍLG유플러스) 인터넷 가입자 수는 1846만2500명이다. 흔히 인터넷과 함께 결합상품으로 묶는 IPTV 가입자는 1696만3000명. 여기에 종합유선방송(SOㆍ케이블TV)까지 합치면 대부분 가구가 인터넷과 IPTV 상품을 이용한다. 사실상 한국 땅에서 '순수한 신규 가입자'는 없는 셈이다.

대부분 사람이 인터넷과 IPTV 상품을 이용하는 마당에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는 방법은 타사 가입자를 뺏어오는 길뿐이다. 이를 위해 통신사는 수십만 원의 현금은 물론 설치비 면제 등으로 자사로 이동할 것을 권유한다. 고객 역시 어차피 써야 할 인터넷ㆍIPTV라서 웃돈을 받는 것이 손해는 아닐 터. 한 통신사를 오래 유지하는 것보다 약정이 끝나는 시기마다 통신사를 옮기는 것이 남는 장사다.

▲경품고시제 시행 이후 신규 가입자에게 지급되는 경품 차이가 크지 않다.  (출처=인터넷 업체 홈페이지 캡처 )
▲경품고시제 시행 이후 신규 가입자에게 지급되는 경품 차이가 크지 않다. (출처=인터넷 업체 홈페이지 캡처 )

◇홀대받는 장기 고객…민원 빗발치자 방통위, 경품고시제 시행

자연스레 장기 고객은 홀대받을 수밖에 없다. 신규 가입자 유치를 위해 현금을 살포하는 마당에 장기 고객에 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장기 고객들도 이 실태를 알게 된 뒤, 여러 통로로 문제를 제기했고 방통위에 민원도 제기했다.

이에 방통위는 지난해 6월 '경제적 이익 등 제공의 부당한 이용자 차별행위에 관한 세부기준' 제정안을 의결했다. 일명 '경품고시제'라고 불린다. 일정 금액 이상의 경품 지급 자체를 금지하던 정책 대신 경품 금액이 높더라도 가입자에게 비교적 균등한 경품이 지급한다면 허용한다는 것이 골자다.

경품고시제는 전체 평균 경품 수준의 ±15% 범위에 있으면 차별로 보지 않는다. 가령, 전체 평균 경품이 30만 원이고 경품으로 신규나 재약정 가입자들에게 25만5000~34만5000원을 지급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방통위 통신시장조사과 관계자는 "과거에는 신규 가입자와 장기 고객 간의 경품 차이가 컸으나 이 제정안으로 차이는 몇만 원 수준으로 줄어들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재약정하더라도 신규 가입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대우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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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품고시제 시행 6개월…통신사 "재약정 시 2만 원 상품권 드려요"

방통위의 바람과 달리 경품고시제가 시행된 지 약 6개월이 지났지만, 현실은 여전하다. 재약정을 하더라도 경품에 관한 내용을 소극적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고, 지급하겠다는 경품 금액도 신규 가입자보다 터무니없이 적다.

최근 SK브로드밴드 인터넷ㆍIPTV 가입 결합상품 약정이 끝난 김모(31) 씨는 통신사로부터 지금 재약정을 하면 경품으로 2만 원어치 상품권을 준다는 말을 들었다. 김 씨는 "2만 원이 너무 적지 않냐고 말하자 그때야 현금과 상품권을 합쳐 22만 원을 준다고 하더라"며 "항의하지 않았다면 2만 원 받았을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6개월 뒤 KT 올레와 약정이 끝나는 최모(30) 씨 역시 얼마 전 전화를 걸어 재약정 시 받을 수 있는 경품을 문의했다. 하지만 상담원의 답변은 그의 기대와 달랐다. 최 씨는 "경품 지급은 상시적인 게 아니라서 경품 자체가 없을 수 있다고 하더라"며 "일정 요금을 감면해주겠다고는 하는데 요금 감면보다 신규 가입으로 받는 돈이 훨씬 더 많다"라고 말했다.

◇통신사 "장기 고객 더 챙길 것"

통신사는 웃돈을 얹어주고 신규 가입자를 유치해도 이윤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30만 원 경품을 주고 3년 약정을 유치하면 1년 정도는 고스란히 적자"라며 "사실상 3년 뒤까지 남아있어야 수익이 난다. 장기 고객에게 추가로 경품을 지급하면 이윤 폭이 줄어든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통신사 관계자는 "일부 대리점에 경품을 적게 지급하려고 그랬던 것 같다. 관련 규정에 따라 균등한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실태를 파악하고 장기 고객을 꼼꼼히 챙기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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