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위기의식이 과도하다고 해도 위기는 위기다. 대내적으론 저출산·고령화로 경제활동인구 감소, 소비 둔화가 가팔라지고 있고, 노동·생산은 기술·산업 변화 속도를 못 따라가고 있다. 대외적으론 보호무역주의 확대로 교역량 증가세가 둔화하는 추세다. 최근에는 미·중 무역분쟁에 더해 미·이란 무력충돌까지 발생하고 있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에 국가 간 갈등은 지역과 형태를 불문하고 악재다. 더욱이 이란 등 중동엔 우리 기업들도 다수 진출해 있다.
경제 상황이 변화할 때 정부만 준비가 필요한 게 아니다. 기업 등 경제주체도 준비가 필요하다. 경제심리 위축을 막겠다고 위기를 감추면 경제 주체들은 위기에 대응할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 사업을 정리·변경할 시기를 놓치고, 대체 거래선을 확보할 시기를 놓친다. 어떤 기업은 신호를 잘못 잃고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했다가 폐업으로 내몰릴 수도 있을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중동 사태와 관련해 “우리는 견고한 대외건전성 등에 비추어 과도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겠으나, 엄중한 경계로 냉철하게 상황을 직시해 적기에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냉철하게 상황을 직시하는’ 것만큼 중요한 게 ‘직시한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다. 그게 자기실현적 위기로 이어질 것 같다면, 위기의식보다 더 큰 희망을 보이면 되지 않겠는가. 철저한 대비와 대응방안 마련·집행을 통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