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8일(현지시간) 이라크 미군 기지에 미사일 공격을 단행하며 양국의 전운(戰雲)이 짙어지자, 호르무즈해협 봉쇄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감이 전 산업계에 퍼지고 있다.
세계 원유 공급량 중 40%에 달하는 석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닫히면 단순히 국제유가 등락을 넘어 수급 자체가 불안정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영업비용 중 유류비 비중이 상당한 항공ㆍ해운업계는 직격탄을 맞게 된다. 항공사 경영에서 유류비가 전체 영업 비용 중 차지하는 비중은 25~30%에 달한다.
국내 최대 항공사인 대한항공의 경우 연간 유류 소비량이 3300만 배럴 수준이다. 유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370억~380억 원 추가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유가가 60달러 대였던 지난 4분기와 비교하면 수 천억 원에 달하는 추가 비용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유류비가 전체비용 중 약 30%를 차지하는 해운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SOx) 배출규제에 따른 운임 부담으로 최근 '유류할증료'을 도입하기 시작한 국내 해운업계에 유가 상승은 상당히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유류할증료는 유가 상승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운임에 부과하는 요금이다.
중동산 석유 의존도가 높은 정유업계 역시 중동발 리스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석유 수급에 아직까지 문제가 없으나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거나 중동 내 미국 우방국의 석유시설을 공격하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단기적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할 가능성이 높아 이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으나, 유가 급등이 장기화된다면 석유제품 수요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석유화학업계 역시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미 미ㆍ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수요 침체로 불황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의 장기화로 유가가 빠르게 오른다면 제품 원가마저 오르면서 수익성 악화는 피할 수 없게 된다.
조선ㆍ자동차 업계도 당장 직접적인 피해나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긴장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확산·장기화할 경우 자동차업계는 판매감소, 조선업계는 물동량이 줄고 선박 발주가 줄어드는 등 타격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