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터 된 '이라크'

입력 2020-01-08 15:03 수정 2020-01-08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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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새벽(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에서 미군 공습으로 차량이 불타고 있다. 미 국방부는 이번 공격으로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부대 쿠드스군을 이끄는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바그다드/AP뉴시스
▲3일 새벽(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에서 미군 공습으로 차량이 불타고 있다. 미 국방부는 이번 공격으로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부대 쿠드스군을 이끄는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바그다드/AP뉴시스

미국과 이란의 보복전에 이라크가 대리 전쟁터로 전락하는 등 깊은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최근 두 달 새 이라크에 떨어진 로켓포가 10발이 넘는다. 주로 이라크 내 미군기지를 겨냥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27일 이라크 중북부 키르쿠크에서 북서쪽으로 15km 떨어진 K1 군 기지에 로켓포 여러 발이 날아들어 미국인 1명과 이라크 경찰 2명이 숨지고 이라크 군인 다수가 다쳤다. K1 군기지에는 미군, 이라크 경찰, 대테러 부대가 함께 주둔하고 있다.

미국은 공격 배후로 이란이 지원하는 이라크 내 시아파 민병대를 지목했다. 이틀 뒤 미국은 이들의 군사시설 5곳을 폭격했다. 급기야 지난 3일 바그다드 공항에서 이란 군부 최고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과 알무한디스 부사령관을 드론 공격으로 살해했다. 다음 날, 미 대사관이 있는 그린존과 미군이 주둔하는 알발라드 기지에 포격이 잇달았다. 강력한 보복을 다짐했던 이란은 3일간의 솔레이마니 장례식이 끝나자 이라크 내 미 공군기지 두 곳에 미사일 12발을 퍼부었다.

미국과 이란이 이라크를 무대로 공격과 보복을 반복하면서 이라크가 초토화된 셈이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지는 이라크의 처지는 뿌리 깊은 종파 갈등에 이슬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격퇴전 등으로 미국이 발을 담그면서 시작됐다.

이라크는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수니파가 정치 권력을 독점해왔다. 1979년 2월 이란혁명으로 이란을 장악한 시아파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은 이라크 내 시아파에게 수니파 정권 전복을 공공연히 지시했다. 이를 우려한 수니파 후세인 대통령이 전면전에 나서면서 8년에 걸친 이란-이라크 전쟁이 발발했다. 1984년 이라크와 국교를 회복한 미국은 이라크에 막대한 군사원조를 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이후 역사는 이라크 내 시아파의 영향력 확대를 가져왔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과 이라크 후세인 정권을 공격했고 이들 수니파 정권의 몰락은 이란이 영향력을 확대하는 발판이 됐다.

2011년 중동에서 시작된 ‘아랍의 봄’도 이란에 또 다른 호재였다. 수니파인 이집트 무바라크 정권이 붕괴하자 이란의 지원을 받던 중동의 시아파들이 궐기했다.

특히, IS 격퇴 작전은 이란에 날개를 달아줬다.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IS가 이라크 북부와 시리아 등지에서 준동하자 이란이 지원하는 각지의 시아파 민병대 조직이 IS 격퇴에 앞장서면서다. 솔레이마니가 이끄는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부대인 쿠드스군은 이런 민병대를 지원하는 핵심 조직이었다.

서로 보복을 경고하는 등 미국과 이란이 물러설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리면서 이라크가 또다시 죽음의 땅으로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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