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뒷수습하는 美 국방부...백악관과의 갈등 높아져

입력 2020-01-08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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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 이란 군부 최고 실세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공격 결정을 두고 백악관과 국방부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 이란 군부 최고 실세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공격 결정을 두고 백악관과 국방부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위기를 촉발한 미군의 이란 군부 실세 공격을 두고 백악관과 국방부의 대립이 커지고 있다.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군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 살해 작전을 감행한 미 백악관에 대해 국방부 내부에서 반발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해당 사건이 몰고 올 파장에 대해 백악관이 충분한 검토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미 국방부는 당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꺼내 든 대이란 위협 발언 수습에 나서면서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이란이 공격할 경우 52곳에 반격할 준비가 돼 있다며 여기에는 이란 문화에 매우 중요한 곳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이란이 이라크 내 미 공군기지 두 곳을 공격한 이상, 트럼프의 공언대로라면 이란 유적지 공격이 이뤄져야 한다.

트럼프의 이 발언이 국방부의 신경을 거슬렀다는 평가다. 미국이 준수를 서약한 무력 분쟁에 관한 국제법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무력충돌법은 문화재에 대한 공격을 금지하고 있다. 위반 시 다른 나라에 동일한 규칙을 강조하는 미국의 노력은 무의미해진다.

이와 관련,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미국은 무력충돌법을 준수할 것이라며 선 긋기에 나섰다. 문화재 공격이 가져올 어머어마한 파장을 우려해 잘못된 신호 차단에 나선 것이다.

백악관과 국방부 간 갈등은 이라크 주둔 미군 철수를 시사한 서한을 두고도 벌어졌다. 앞서 미군 이라크 태스크포스의 책임자인 윌리엄 실리 미 해병대 여단장이 이라크 연합작전사령부 사령관에게 보낸 서한에 이라크 주둔 미군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을 준비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는 사실이 보도됐다. 전날 이라크 의회가 미군 철수 결의안을 가결한 데 이어 미군이 행동에 나섰다는 분석이 더해지면서 불안을 고조시켰다.

이에 대해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논란이 된 미군의 이라크 철수 서한은 실수로 보내졌다면서 미군의 이라크 철수는 없을 것이라고 해명에 나섰다.

일부 국방부 관리들은 트럼프의 솔레이마니 사령관 공격 결정에 놀랐으며 그 파장에 대해 우려했다고 전해진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솔레이마니가 며칠 내 상당수 미국 외교관과 군인을 죽이려 했다면서 공격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에스퍼 장관과 밀리 합참의장도 해당 내용이 기밀 정보에 근거한 것이라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국방부 내에는 사령관 살해가 가져올 파장을 더 고려했어야 한다는 견해가 팽배한 상황이다.

전 국방부 고위 관리는 “솔레이마니 제거는 국방부에서 오랫동안 논란이 돼 온 이슈지만 벌집을 쑤셔서는 안 된다는 게 다수의 생각이었다”면서 “이라크 현지에 많은 미군 부대가 있어 미국에 약점이라는 이유에서였다”고 설명했다.

이라크에서의 미군 철수 위기까지 내몰린 미 국방부가 트럼프 행정부 사이에서 고뇌가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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