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10개월 만에 월간 경제동향의 종합평가에서 ‘부진 완화’를 언급했다.
KDI는 9일 발간한 ‘경제동향 1월호’에서 “일부 지표가 경기 부진이 완화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우리 경제는 낮은 성장세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했다. KDI는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9개월간 ‘부진 지속’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지난해 2분기 이후 전산업생산이 증가로 전환되고 소매판매 증가 폭이 확대되는 등 일부 지표는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수출과 투자를 중심으로 한 실물경기는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게 그간의 주된 평가였다.
KDI는 이번 경제동향에서 ‘부진 완화 가능성’을 언급한 근거로 소매판매와 서비스업생산 증가 폭 확대, 경기 선행지표 개선을 들었다.
지난해 서비스업생산 증가 폭은 10월 0.8%에서 11월 2.5%로, 같은 기간 소매판매 증가 폭은 2.0%에서 3.7%로 확대됐다. 향후 경기를 보여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11월 99.2로 전월보다 0.4포인트(P) 오르며 3개월 연속 상승했다. 지수상으로는 2018년 12월(99.2) 이후 최고치다. 수출입물가비율을 제외한 모든 구성지표에서 수치가 개선됐다.
KDI는 “국내기계수주와 건설수주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경제심리지수도 상승하면서 향후 경기 부진이 점진적으로 완화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관측했다.
단 부진 완화가 곧 경기 반등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KDI는 “12월 수출은 기저효과가 일부 작용하면서 반도체를 중심으로 감소 폭이 축소됐으나 투자와 제조업의 부진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11월 설비투자는 항공기 투자 등 일시적 요인과 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보합에 그쳤으며, 건설투자도 건축부문을 중심으로 위축돼 있다”며 “제조업은 생산 감소 폭이 축소됐으나 재고율이 높은 가운데 가동률도 낮은 수준에 머물며 부진한 모습”이라고 부연했다.
무엇보다 현재 경기를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해 11월 99.3으로 전월보다 0.1P 하락했다. 10월에 이어 2개월 연속 내림세다. 건설기성액과 내수출하지수, 수입액 부진이 주된 배경이다. KDI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횡보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어 아직까지 경기 회복이 가시적으로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시장은 미·중 무역갈등 완화로 안정세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지난해 12월 종합주가지수는 전월 말(2087.9)보다 5.3% 상승한 2197.7을 기록했고, 코스피 외국인 자금은 3조2000억 원 순매도에서 6000억 원 순매수로 전환됐다. 원·달러 환율은 전월 말(1181.2원)보다 24.8원(2.1%) 내린 1156.4원을 기록했다.
다만 이번 동향에는 미국·이란 갈등 등 중동지역 리스크는 반영되지 않았다. 미·중 무역갈등 완화에도 향후 금융·외환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