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미국 언론들은 이란이 이날 새벽 이라크 내 미군 기지 2곳에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에 미국이 이 사실을 미리 알았다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은 이란이 이라크를 통해 미국에 어느 기지가 공격당할지를 사전에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미 국방부의 한 관계자도 “이라크가 이란으로부터 특정 기지에서 떨어져 있으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아델 압둘 마흐디 이라크 총리실은 성명에서 “이란으로부터 이날 자정 직전 미사일 공격에 대한 ‘공식 구두 메시지’를 받았다”며 “이란은 정확한 공격 위치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라크 내 미군 소재지로 제한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했다.
미국은 지난 3일 이란 ‘구국의 영웅’으로 추앙받던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살해했다. 이에 이란은 보복을 다짐하고, 그의 장례식이 끝나자마자 8일 새벽 미군 주둔 이라크 기지 2곳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미국 동부시간으로는 7일 오후 5시 30분경이다. 이라크 총리가 이란으로부터 통보받은 시점은 실제 공격 시간보다 약 1시간 전이다. 이라크 측이 미국으로 공격 첩보를 미리 전달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당국이 자체적으로 이란 공격이 임박했다는 징후를 사전에 파악했다고 봤다. NYT는 공격이 있기 전 이틀간 미군과 정보 당국자들이 이란 탄도미사일 부대의 움직임을 면밀하게 모니터링 했다며, 초기에는 이란 부대의 움직임이 불확실했지만, 전날 오후 들어 미국 고위 관리들은 이란으로부터 공격이 있을 것임을 확신했다고 전했다.
긴장이 높아지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안보 참모들이 공격 발발 약 3시간 30분 전인 오후 2시께 백악관 상황실에 모이기 시작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그리스 총리와의 정상회담 후 합류했다고 한다. 미국도 이상기류를 사전에 감지하고 미리 대응을 준비했다는 의미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란의 이번 공격은 주도면밀하게 계획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미 보복공격 수위를 곳곳에서 조절한 흔적이 보인 다는 것이다. 가장 큰 증거가 인명피해다. 이란은 미국에 대해 ‘가혹한 보복’을 경고했지만 정작 사상자는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미국 정부 소식통들은 “이란이 미군 밀집 지역에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었지만, 일부러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이는 미군의 군사적 대응을 촉발하기보다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CNN은 “미군의 강력한 방공 시스템이 고도의 경계 상태를 유지한 상황에서 이란이 미사일 공격을 가한 것도 대규모 피해를 목표로 했다면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CNN은 이란이 공격 이후 스위스 등 최소 3개 이상의 외교채널을 통해 보복 조치가 끝났음을 미국에 전달하는 등 서로 메시지를 교환했다고 전했다. 이는 미국이 군사적 행동에 나서 전면전 위험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