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달아오른 재개발ㆍ재건축 수주전… '수퍼 甲' 된 조합

입력 2020-01-09 15:38 수정 2020-01-09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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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최소 8곳서 시공사 선정… 조합과 힘겨루기로 '난관' 예고

“사업성은 갈수록 나빠지는데 조합원들의 요구는 갈수록 많아지고 있습니다. 많지 않은 일감을 두고 경쟁하다 보니 건설사들 간 물고 뜯는 수주전이 벌어질 수밖에 없지요. 이 과정에서 조합의 위상은 더 높아져 ‘갑’으로 군림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국내 대형 건설사 관계자)

연초부터 선정에 나선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장이 쏟아지고 있으나 건설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들 중 다수가 기존 건설사와 ‘불협화음’으로 사업이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시공사 재선정에 나선 데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소송까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건설사와 조합 간 팽팽한 ‘힘겨루기’로 사업 진행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이날 시공사 입찰을 마감한 갈현1구역을 비롯해 올해 상반기 중 최소 8곳의 서울 정비사업장이 시공사 선정에 나선다. 앞서 지난달 27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했던 한남하이츠 재건축조합도 11일 1차 합동설명회를 열고, 18일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는 현대건설과 GS건설이다.

홍은13구역 재개발조합 역시 6일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했다. 다만 이날 입찰에는 HDC현대산업개발만 참여하면서 유찰됐다. 작년 11월 1차 입찰에 이어 두번 째로 유찰되면서 조합은 시공사 수의계약으로 가닥을 잡고 2월 중 총회를 개최한다는 방침이다.

역대 최대 규모 재개발 사업으로 꼽히는 용산구 한남3구역도 올해 상반기 중 시공사 선정 작업에 들어갈 전망이다. 한남3구역 재개발조합은 다음 달 7일까지 입찰공고를 내고 5월 중순에는 시공사 선정 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반포주공1단지와 서초구 방배삼익아파트, 은평구 신사1구역 등도 올해 상반기 중 시공사 선정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정비업계에서는 이들 사업장의 시공사 선정 과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선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건설사와 조합 간의 문제가 발생해 사업이 원점으로 돌아간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벌써 심상치 않은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 최종적으로 시공사 선정을 완료하기 위해 지난달 시공사 선정 입찰에 나섰던 신반포21차 사업에 건설사들이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은 것이다.

앞서 열린 현장설명회에 GS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 포스코건설, 현대산업개발, 효성중공업 등이 참석했지만 조합이 터무니없이 낮은 공사비를 제시하자 건설사들이 참여를 망설인 것이다. 이에 신반포21차 조합은 사업비를 낮춰 이르면 이달 중 재입찰 공고를 낼 예정이나 건설사들은 입찰 참여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조합은 조합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업무 협조가 원활하지 않다는 이유로 시공사 교체를 시도하면서 건설사와 조합 간 법정 다툼까지 벌이고 있다. 반포3주구 조합이 특화설계, 공사 범위, 공사비 등을 놓고 갈등을 빚었던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해 일방적으로 시공자 지위를 취소한 것이다. 이에 HDC현대산업개발은 조합을 상대로 총회 결의 무효 확인 등 다수의 건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갈현1구역 조합도 도면 누락과 이주비 제안 등을 문제 삼아 현대건설의 시공사 자격을 무효로 돌렸고, 이에 현대건설은 조합을 상대로 입찰 무효 등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냈다. 다만 현대건설은 패소했다.

법적 다툼에도 불구하고 이들 조합들은 서둘러 시공사 재선정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소송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최근 조합들이 재입찰을 추진할 정도로 막강한 힘을 과시하고 있다”면서 “문제는 이렇게 사업을 진행해도 일감이 부족한 건설사로서는 수주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다만 최근 건설사들도 정부의 각종 규제로 낮아진 정비사업 수익성 때문에 예전처럼 조합의 말을 무조건 따를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조합과 건설사 간 갈등이 발생할 경우 사업 진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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