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發 '익스포져'.. 국내 증권사 피해 규모는 얼마?

입력 2008-09-16 14:20 수정 2008-09-16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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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먼브러더스가 만든 주가연계증권(ELS), 주식워런트증권(ELW)등과 같은 파생상품에 투자한 국내 증권사들의 피해 규모가 현재까지 최대 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감독원은 16일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증권사 등 국내 금융기관들이 리먼브러더스가 발행한 파생상품 등에 7억2000만 달러를 투자했다고 발표했다.

이 중 국내 증권사들이 리먼브러더스의 ELS에 투자한 규모가 최소 3500억원에서 4000억원 수준이고 이중 잔여물량은 ELW의 유동성 공급(LP) 물량이라고 설명, 특히 ELW는 발행사가 리먼브러더스의 물량을 인수한 후 LP 업무를 대신 수행하면 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증권업계 또한 시중 증권사들의 실질 위험 노출액이 미미한 편이라며 리먼브라더스가 파산 절차에 돌입했더라도 국내 증권사들이 ELS를 발행한 증권사와 계약을 맺은 만큼 해당 증권사의 파산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ELS 발행에 따른 시장 위험을 헤지하고자 동일 상품을 외국 금융회사로부터 매입하는 '백투백(Back-to-Back) 헤지' 방식을 활용, 지난 3월 베어스턴스 사태 이후 기존 투자금액과 운용 모두를 외국계 증권사에 맡긴 후 만기도래시 원금을 돌려받는 '펀디드 스왑' 방식에서 외국계 증권사가 직접 자금을 조달해 ELS를 운용하고 차익 부분만 국내 증권사와 나누는 방식인 '언펀디드 스왑' 방식을 취하고 있어 직접적인 손실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리먼브러더스 등 신용위험이 큰 IB의 LP 참여 비중이 최근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어 국내 증권사와 파생상품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덧붙였다.

▲리먼 관련 피해 증권사 일제히 '피해없다'고 한 목소리= 이날 대우증권이 추정한 국내증권사의 리먼 관련 위험노출액 규모는 대부분 ESL과 관련된 형태로 약 3500억원 규모라며 증권사별로는 현대증권 1617억원, 대신증권 1072억원, 신영증권 379억원, 메리츠 376억원, 교보증권 25억원 등 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현대증권과 대신증권은 리먼브라더스 관련주가연계증권(ELS)의 실제 위험노출액(익스포져)이 미미해 손실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일제히 반박에 나섰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베어스턴스 사태 이후 꾸준하게 언펀디드 스왑 방식으로 백투백 헤지 계약을 변경해 위험에 대비해왔다"며 "리먼과 거래했던 2634억 원의 ELS 중 96%인 2529억 원을 스왑 형태로 전환, 현대증권의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 4% 금액에 해당하는 109억원 역시 현대증권이 지급할 금액이라 리먼 파산에 따른 증권사 손실로 단정짓지 말라"고 강조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리먼브라더스에 대한 주식장외파생상품의 실질 위험노출액(익스포저)가 5억원 미만"이라며 "주식워런트증권(ELW) 역시 291억원이 발행됐으나 순매출 금액이 3억3천억원에 불과해 리먼과의 주식장외파생 거래에 따른 최대손실가능금액은 4억8천만원"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증권사에서 언급된 익스포져 규모가 국제결재은행(BIS)에서 산정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어 실질 위험액과는 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증권 역시 리먼브라더스의 ELS 백투백 헤지 관련 익스포져는 약 88억원 규모라며 신용경색 우려가 불거진 상황에서 여타 증권사들의 평가손실 규모를 비교했을 때 극히 적은 물량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베어스턴스 사태가 '藥'= 증권업계는 이번 리먼브라더스 파산과 관련 리스크 익스포져를 줄일 수 있었던 데 지난 3월 베어스턴스 파산 이후 위험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D증권사의 한 파생담당자는 "기존 '펀디드 스왑'에서 '언펀디드 스왑'으로 변경하면서 이번 리먼브라더스에 대한 위험 노출을 상당부분 덜어냈다"면서도 "미국발 악재에 관련 증권주들의 타격이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지만 투자자들이 손실 규모에 따른 정확한 인식을 토대로 증권주에 접근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박선호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권사들이 과거 ELS의 수익구조와 동일한 채권을 매입하여 원리금의 금리위험까지 완전헤지하는 방식을 주로 사용했다면 최근에는 주가변동에 따른 손익 현금흐름만을 헤지하는 방식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추세"라며 "리먼브라더스와 관련된 거래 전부가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박 연구원은 "2008년 6월말 기준으로 국내 증권사의 발행 ELS 중 자체헤지 비율은 17.6%, 백투백헤지는 82.4% 에 이른다"며 "이중 전체 ELS 발행 중 '언펀디드 스왑'을 적용한 거래는 33% 가량으로 추정돼 리먼과의 거래 전부를 손실로 처리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리먼브러더스의 ELS를 들여와 판매한 국내 증권사들 중 대형사의 경우 스왑거래로 전환해 손실분을 헤지했지만 중소형사의 경우 분기실적에 손실 처리분을 반영해야 할 상황이라 주가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길원 대우증권 연구원은 "현재 금융당국이 리먼브라더스에 검사단을 파견해 정확한 손실규모를 파악해봐야 시중 증권사들의 손실 규모를 보다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증권사별로 관련 익스포져에 노출된 상황이 천차만별인 상황이라 주가 흐름 역시 차별화된 양상을 나타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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