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격추”... 미-이란, 우크라 여객기 추락원인 놓고 또 격돌

▲8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이륙 직후 몇 분 만에 추락한 보잉 737-800 여객기의 잔해. 테헤란/AFP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이 우크라이나 여객기 추락 원인을 놓고 또다시 충돌했다. 이란의 격추냐 보잉의 기계적 결함이냐에 따라 미국과 이란, 한쪽에 치명상이 되는 만큼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캐나다·영국은 이란이 보유한 러시아산 지대공 SA-15 미사일에 의해 우크라이나항공 소속 보잉 737-800 여객기가 추락했다고 밝혔다. 해당 여객기는 8일 이란 테헤란을 이륙한 지 2분 만에 추락해 승객과 승무원 176명 전원이 사망했다. 불과 몇 시간 전, 이란이 이라크 내 미군 공군기지 2곳에 미사일 십여 발을 쏟아부었다.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 가능성이 고조된 상황에서 발생한 여객기 추락 사고 원인을 두고 미국이 이란을 지목하고 나선 것이다. 다만, 미국은 이란이 공격 목적보다는 시스템 작동 실수로 여객기를 추락시켰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이란에 의해 격추됐다고 확신한다”면서 “이란 측 레이더가 미사일 발사 전에 해당 여객기를 추적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기계적 결함이 아니라면서 이란 미사일에 의한 피격설을 증폭시켰다.

미국이 미사일에 의한 격추라고 추정하는 또 다른 요인은 파편이 흩어진 영역 분포다. 이번 여객기 추락 현장에서 파편이 넓은 영역에 분포해 있는데 기계적 결함일 경우 파편은 좁은 영역에 흩어진다는 설명이다.

위성 사진도 여객기가 갑자기 사라지면서 추락하기 전까지 모든 게 정상이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캐나다와 영국도 이란의 지대공 미사일에 의해 격추됐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다만 이들은 미사일 한 대가 발사됐다고 본 반면 미국은 두 대라고 밝혔다.

이란은 자국 미사일에 의한 추락 주장 관련, 명백한 거짓말이라는 입장이다. 알리 아베드자데흐 이란 민간항공청장은 “이란 미사일로 격추됐다는 것은 불가능한 얘기”라면서 “사고 당시 해당 지역에 9대의 다른 여객기들이 운항 중이었고 수십 대의 항공기가 2만5000피트 상공에서 날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 “만일 미사일로 격추됐다면 여객기는 폭발했어야 하는데 목격자에 따르면 화염에 휩싸여 추락했다”고 반박했다.

이란 정부 대변인은 투명하고 빠른 조사를 약속했다. 이어 “미 국방부 관계자가 익명으로 미사일 격추를 발표했다”면서 “추후 거짓이라고 밝혀져도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나아가 해당 여객기에 기계적 결함이 있었다고 반격했다. 그래서 테헤란 공항으로 회항하기 시작했고 땅에 추락 전 이미 화염에 휩싸여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조사 과정에 참여할 대표단을 보내라고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또 국제민간항공기구 기준에 맞게 조사를 수행할 것이라며 사고 관련 모든 국가들을 조사에 참여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과 이란 간 갈등 국면을 고려할 때 미국이 사고현장에 접근할 수 있을지 불명확하다고 WSJ는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조사 결론을 내지 못했지만 여객기 추락 사고 원인으로 이란이 보유한 러시아제 미사일에 의한 피격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문 조사단은 테헤란에 도착해 블랙박스 분석 및 조사에 참여할 전망이다. 원인 파악의 핵심 증거인 블랙박스는 이란이 확보했다.

한편,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피격 당시 장면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확보해 검증한 영상은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이륙한 지 몇분 만에 피격됐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다만 영상에 따르면 여객기가 피격으로 곧바로 폭발하지는 않았고 공항 쪽으로 방향을 돌려 몇 분가량 더 비행하다 빠르게 추락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