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스타를 캐스팅하는 일은 언제부턴가 이어지고 있는 국내 상업영화계 움직임이다. 가요계에서 굵직한 팬덤을 보유한 걸그룹 멤버를 영화에 출연시키면 흥행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에이핑크 손나은의 '여곡성'과 걸스데이 혜리의 '물괴', AOA 설현의 '안시성' 출연도 그런 맥락에서 이뤄졌다. 다만 흥행 여부는 다소 엇갈렸다.
영화 '여곡성'은 지난 2018년 11월 국내 개봉한 공포 영화다. 유영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연기파 배우 서영희, 이태리와 나란히 손나은이 주연배우를 맡았다. 스타 캐스팅과는 거리가 멀었던 '여곡성'은 손나은을 통한 홍보 효과를 기대했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6만 7000여 명의 관객을 불러모으는 데 그치면서다.
'여곡성'에 앞서 개봉했던 '물괴'는 '부산행' 이후 좀비물의 가능성을 등에 업고 선보인 작품이다. 걸스데이 혜리의 첫 사극 도전이란 점에서 주목받았지만, 관객 수는 72만 여 명으로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다.
'안시성'은 인기 아이돌 설현의 출연과 맞물려 흥행에 성공했다. 막대한 제작비가 투여된 만큼 손익분기점도 높았지만, 544만여 명의 관객을 불러모아 가까스로 이를 넘겼다.
이같은 결과들은 아이돌의 영화 출연이 그 자체만으로 흥행 여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점을 방증한다. 무엇보다 작품의 완성도가 높아야 되고, 여기에는 아이돌 배우 본인의 연기력도 중요하다. 아이돌 멤버를 캐스팅하는 영화 제작사들의 고민이 심화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