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대북제재 완화…한미 군사훈련 잠정 중단 필요”

입력 2020-01-14 10:05 수정 2020-01-14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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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평양 공동올림픽 언급…美 대북 전문가 "대담하고 흥미롭다"

▲미국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박원순 시장이 13일(현지시간) 외교‧안보 분야 싱크탱크인 ‘미국외교협회(CFR)’ 초청 좌담회에서 ‘평화를 향한 서울의 전진’을 주제로 연설했다. (출처=서울시)
▲미국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박원순 시장이 13일(현지시간) 외교‧안보 분야 싱크탱크인 ‘미국외교협회(CFR)’ 초청 좌담회에서 ‘평화를 향한 서울의 전진’을 주제로 연설했다. (출처=서울시)

미국 순방 후반기에 접어든 박원순 서울시장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 현지 외교ㆍ안보 전문가로부터 "흥미롭다"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박 시장은 13일(현지시간) 미국외교협회(CFR)의 워싱턴사무소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평화를 향한 서울의 전진'을 주제로 연설했다. 1921년 설립된 CFR은 미국 전현직 정재계 인사로 구성된 외교·안보 정책 싱크탱크다. 박 시장은 2014년에 이어 두 번째로 CFR 초청 연설에 나섰다.

박 시장은 이 자리에서 대북 제재 완화와 한미 군사훈련 잠정 중단, 서울-평양 공동 개최 등을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박 시장은 "긴장과 갈등, 무력충돌은 서울 시민의 안전은 물론 경제 번영까지 위협하고 있다"며 "이것이 바로 코리아디스카운트며 곧 서울디스카운트"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대화는 평화로 가는 유일한 대안"이라며 "분단이 시민 안녕과 서울의 성장·번영을 저해하는 현실 속에서 서울시장으로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발목 잡힌 한반도 평화…대북제재 완화 등 북한 유인책 필요

박 시장은 "서울시는 유엔지속가능발전 목표 실현과 인도적 차원에서 대동강 수질개선 협력사업, 2032년 서울-평양 공동 올림픽 개최 등 다양한 인도적 지원과 문화·체육 분야의 교류를 추진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이미 서울시의회 동의를 거쳐 남북교류협력기금 약 4027만 달러(약 466억 원)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또 "유엔 안보리 제재결의안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이뤄지는 대북협력 사업까지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대북제재의 변화 △방위비분담금의 합리적 조정 △북한과 한미 군사훈련 잠정 중단 등 세 가지를 제안했다.

박 시장은 "역사상 제재만으로 굴복한 나라는 없다"며 "그간 제재를 통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었다면 이제는 제재의 변화를 통해 북한의 바람직한 변화를 유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굳건한 한미동맹을 위해서라도 방위비분담금은 서로가 납득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도한 요구는 한국 국민에게 미국에 대한 반감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한반도 주둔이 '동북아 균형 전략'이라는 미국의 전략적 이해에 부합한다는 명분에서다.

박 시장은 '2032년 서울-평양 공동올림픽' 유치가 한반도 평화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 시장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이 한반도 평화의 바람을 몰고 왔듯 2032년 서울-평양 공동올림픽은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를 불러올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는 동북아시아의 평화로 이어질 것이고 이는 다시 세계 평화로 확산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마지막으로 박 시장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북한과 한미의 군사훈련을 잠정 중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시장은 "서울-평양 올림픽 유치 결정이 2021년이나 2022년 이뤄질 가능성이 높고, 7월 일본 동경 하계올림픽을 평화적으로 개최하려면 2022년 북경 동계올림픽 기간까지 한반도 일대 군사훈련을 포함한 일체의 긴장고조와 적대행위를 잠정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전날 순방 동행 기자 간담회에서도 해당 세 가지 제안을 언급하며 "미국에 심각하게 손상되는 일이 없고 북한에는 국제 무대에 적극적으로 나오게 할 수 있는 명분이 된다"며 "중국, 러시아, 한반도 주변의 모든 국가가 결국 한반도에서의 평화를 통해 동북아 전체의 평화와 균형을 맞출 수 있어 모든 당사국에게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박 시장은 "제제를 해제하자거나 풀자는 입장은 아니"라며 "인도적·문화예술 부분에서는 적극적으로 나서야 북한이 이미 나온 테이블 위에서 한반도 비핵화 등을 논의하고 이뤄낼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 같은 제안을 한 배경에 대해서는 서울의 디스카운트를 꼽았다. 박 시장은 "남북 문제에 있어 갈등과 위기가 생기면 외국인들은 상당히 심각하게 받아들여 서울에 디스카운트가 심각해진다"며 "투자, 관광, 올림픽 유치 등이 결정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반도의 위기는 서울의 리스크이고 서울과 서울 시민의 위기"라며 "이런 얘기를 수없이 해왔고 서울시장으로서 못할 얘기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정부와 합의가 된 것이냐는 질문에 박 시장은 "정부에 부담을 주는 것 같아 오히려 안 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정부에서도 크게 보면 이런 흐름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정부 생각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 제안에 대북 전문가 "창의적이고 대담해”

미국 내 대북 전문가이자 이날 좌담을 이어간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은 좌담회 후 진행된 방송인터뷰에서 "미국 국방부 장관이 최근 비슷한 사례로 미국 공군훈련을 잠시 유보한 사례가 있고 북한도 긍정적으로 반응했다"면서도 "다만 안타깝게도 북미협상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지는 못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박 시장 제안대로 군사 훈련을 유보하는 게 북미간 협상에서 잠재력은 있으므로 충분히 고려할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2032년 서울-평양 올림픽 추진 가능성에 대해서는 북한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대답했다.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보면 공동올림픽을 유치하려는 노력이 성공한 케이스는 많지 않다"며 "남북이 진정성을 갖고 함께 노력해 창의적·건설적인 안을 제시한다면 올림픽위원회가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은 박 시장 제안과 관련해 "2032년은 박 시장 임기 이후이기에 후임자들의 선택과 결정, 의지, 북한의 미래 행보에 영향을 받는데 미래지향적 차원에서 매우 흥미롭고 대담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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