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공정거래-Law] 부정당업자 제재처분, 회사분할 해도 승계될까

입력 2020-01-14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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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사는 입찰담합을 했다는 이유로 공정위로부터 제재를 받은 후 발주자로부터도 부정당업자 제재처분(6개월)을 받았다. A사는 6개월간 공공입찰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자, A사의 공공입찰 사업부문을 분할해 B사를 설립했다. 그 후 B사는 조달청이 발주하는 공공입찰에서 낙찰받아 계약체결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조달청은 B사에 낙찰을 무효처리하겠다고 통지했다. B사가 분할되기 전 A사에 대해 이미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이 내려졌고 그 처분의 효력이 분할신설된 B사에도 미친다는 이유였다. B사는 조달청에 자신이 '낙찰자이므로 계약체결을 진행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을까.

1심은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의 경우 설비·인허가 등 사업자산에 대해 내려지는 대물적 처분이 아니라 공법상 의무를 위반한 당사자에게 일신전속적으로 부과되는 대인적 처분으로서 그 효과가 분할신설회사인 B사에는 승계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서울고법은 제재처분의 효과가 B사에 승계된다고 봐야 하므로 조달청이 B사에 대해 입찰을 무효처리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분할계획서에 따르면 A사의 사업 부문 중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전 사업 부문이 B사로 승계됐고, 그에 따라 A사에 귀속되었던 권리 및 의무(공법상의 권리 및 의무 포함) 중 일부를 제외한 모든 것은 성질상 허용되지 않는 것이 아닌 한 B사에 귀속됐는데, A사가 제재처분을 받은 것과 관련된 부문은 B사로 승계됐다. 2심 재판부는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이 성질상 이전을 허용하지 않는 일신전속적인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봤다.

또 만약 분할 전 회사의 법 위반행위가 분할신설회사에 승계되지 않는다고 한다면 법 위반행위를 한 회사가 법인분할을 통해 제재처분을 무력화할 여지가 있어 입찰참가자격 제한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2심은 A사가 분할되기 이전에 담합행위가 이뤄졌고 그에 대해 6개월간의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처분도 분할 이전에 내려져 그에 따른 공법상의 의무가 이미 발생한 상태로서, 이 사건 처분이 대인적 성질을 가진다는 이유만으로 B사에 승계가 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3심(대법원 2018다244389 판결) 역시 별다른 이유 설시 없이 서울고법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봤다.

그동안 부정당업자 제재처분 ‘사유’의 승계를 부정한 판례(대법원 2006두18928 판결, 대법원 2011두7342 판결)는 있었으나, 이미 내려진 처분의 ‘효과’의 승계에 관한 대법원 판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참고로, 1심에서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이 ‘대인적 처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과 달리, 서울고법은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의 법적 성질에 대해서는 판단을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서울고법은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의 ‘효과’가 해당 사업부문과 함께 양수인에게 이전될 수 있다는 취지로 판시함으로써,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의 법적 성격을 강학상 ‘대물적 처분’으로 취급하는 전제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은 특정한 물적 요소에 관해 부과되는 처분이 아니라 당해 회사의 인적 자격에 대해 부과되는 ‘대인적 처분’이므로, 당해 회사의 법인격이 포괄승계(예: 합병)되지 않는 한 특정 물적 요소만을 양수한 자(예: 분할신설회사)에게 처분의 효과가 미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예외적으로 분할신설회사에게 제재처분의 효과가 미치기 위해서는, 예를 들어 공정거래법 제55조의5 제1항에서 '과징금을 부과받은 회사가 분할되는 경우 분할로 인해 설립되는 회사도 연대하여 납부할 책임을 진다'고 정한 것처럼 별도의 법률상 근거 규정이 반드시 요구된다는 것이 행정법의 일반원리다. 그러나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의 근거 법률인 국가계약법, 지방계약법 등에는 처분 효과의 승계 근거조항이 입법돼 있지 않다.

무엇보다도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이 대물적 처분이라는 서울고법의 논리에 따라 처분의 효과가 해당 물적 요소와 함께 이전된다고 보게 되면, 해당 영업을 더 이상 영위하지 않게 된 A사(당초의 처분 상대방)는 처분의 효과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법적 효과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야말로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이 대물적 처분이 결코 아니라는 점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대법원의 판결까지 나온 마당에 이러한 의견을 제기하는 것이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이렇듯 대인적 처분에 속하는 부정당업자 제재처분 효과의 승계는 해석론만으로는 인정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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