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순방 막바지에 들어선 박원순 서울시장이 워싱턴DC에서 외교·안보 분야 인사 등을 만나며 정치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박 시장이 취약한 외교·안보 분야의 전문가들을 두루 만나면서 차기 대권 도전을 위해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박 시장은 13일(현지시간) 외교·안보 분야의 권위 있는 싱크탱크인 미국외교협회(CFR) 초청으로 좌담회를 갖고 '평화를 향한 서울의 전진'을 주제로 연설했다. 해당 자리에는 워싱턴 외교인사, 미국 내 한국 관련 전문가 등 30여 명이 참여했다.
CFR은 미국 전·현직 정재계 인사로 구성된 외교·안보 정책 싱크탱크로 1921년 설립됐다. 저명 정치인, 정부 관료, 경제계 지도자, 법조인 등 4500여 명의 회원을 보유하며 미국을 넘어 전 세계 외교 정책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박 시장이 미국외교협회 초청 연설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박 시장은 2014년 워싱턴DC 방문에서도 '악순환에서 선순환으로의 변화-협치, 인간의 존엄, 전략적 현실주의, 신뢰형성'을 주제로 연설한 바 있다.
박 시장은 이날 연설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해답으로 △인도적 교류와 학술, 스포츠, 문화 교류 등의 대북 제재 완화 △한미 군사훈련 잠정 중단 및 과도한 방위비 분담금 요구 자제 △2032 서울-평양 올림픽 유치 등 세 가지를 제안했다.
박 시장은 "긴장과 갈등, 무력충돌은 서울 시민의 안전은 물론이고 경제 번영까지 위협하고 있다"며 "이것이 바로 코리아디스카운트이자 서울디스카운트"라고 호소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대화는 선택이 아닌 평화로 가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박 시장은 "역사상 제재만으로 굴복한 나라는 없다"며 "그간 제재를 통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었다면 이제는 제재의 변화를 통해 북한의 바람직한 변화를 유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하노이 회담 합의 결렬 이후 한반도에 불안한 기류가 흐르는 지금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다섯 배 인상과 같은 과도한 요구는 한국 국민에게 미국에 대한 반감을 키우는 요인"이라며 "미군의 한반도 주둔이 동북아 균형전략이라는 미국의 전략적 이해에도 부합하는 만큼 굳건한 한미동맹을 위해서라도 방위비분담금은 서로 납득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2032년 서울-평양 공동올림픽 유치를 위해 2022년 북경 동계올림픽 기간까지 한반도 일대에서 북한과 한미 모두 군사훈련을 포함한 일체의 긴장고조와 적대 행위를 잠정 중단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북한과의 정상회담 및 협상을 이끌어 냈던 것처럼 이번 공동올림픽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구축을 위한 지렛대로 삼겠다는 것이다.
앞서 박 시장은 미 국무부 브라이언 불라타오 차관을 만나 한반도 평화 정착 등을 위한 상호 협력 방안도 논의했다.
미 국무부는 외교교섭, 국제기구 대표권 행사 등 미국의 외교정책을 주관하는 미국 정부의 핵심부서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중심으로 부장관과 분야별·직능별 외교고위직인 6명의 차관과 30여 명의 차관보 등으로 구성됐다. 불라타오 차관은 총무 차관으로 국무부의 행정적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박 시장과 불라타오 차관은 서울시 대표단과 미 국무부 외교안보 책임자 등 주요 간부들이 배석한 가운데 면담하며 양국의 다양한 이슈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나눴다.
한편 전날 박 시장은 캐슬린 스티븐슨 한미경제연구소 소장과 구한말 자주외교의 상징적 공간인 주미 대한제국공사관을 찾았다. 캐슬린 스티븐슨 소장은 전 주한 미국대사를 역임했으며 대표적인 친한파 인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