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만8133대'
메르세데스-벤츠가 지난해 한국 시장에서 기록한 판매 실적이다. 한 국내 완성차 업체보다 더 많은 차를 내수 시장에 팔았다. 벤츠 코리아는 2016년 이후 4년 연속 최고 판매량을 갈아치우고 있다. 연평균 성장률만 17%에 달한다. 벤츠의 무서운 성장세는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사장이 취임한 뒤 시작됐다.
1992년 메르세데스-벤츠 그리스에서 일을 시작한 실라키스 사장은 브라질 법인 승용 부문 대표를 거쳐 2015년 한국 법인 대표에 취임했다. 당시 벤츠는 BMW에 밀려 수입차 시장 2위에 머물렀지만, 그의 취임 이후 줄곧 1위를 차지했다. 실라키스 사장은 3년 임기가 끝난 뒤에도 사업 성과를 인정받아 1년 더 벤츠 코리아를 맡고 있다.
14일 기자간담회에 만난 그는 “벤츠가 이룬 성장의 비결은 품질ㆍ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ㆍ사회공헌 세 가지”라고 말했다.
그의 설명처럼 벤츠는 판매 이후의 서비스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2014년 36개였던 서비스 센터는 지난해 68개로 늘었고, 신속한 부품 공급을 위해 경기도 안성에 있는 부품물류센터를 두 배로 확장했다.
고객의 변화하는 수요를 파악해 세단과 SUV뿐 아니라 고성능 AMG, 전기차 EQ 등의 서브 브랜드 모델도 새로 선보였다. 지난해 벤츠가 한국 시장에 출시한 차만 해도 부분변경 모델을 포함에 10종에 달한다.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에도 나서며 고객과의 접점을 넓혔다.
실라키스 사장은 구체적인 올해 판매 목표를 제시하진 않았지만 “한국 시장에서 선두주자 위치를 유지하고 싶고, 이를 위해 노력하겠다”라며 사업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벤츠뿐 아니라 2017년부터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 회장을 맡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산업 규제와 관련한 180여 개 건의사항을 포함한 백서를 발표해 정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유럽 기업 360곳의 의견을 대변해 규제 개선을 요구한 것이다. 실라키스 사장은 “백서에 담긴 규제 개선이 모든 투자자를 비롯해 한국의 경제 발전에도 기여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실라키스 사장의 임기는 올해까지다. 그가 거둔 성과만큼 향후 거취에 관한 업계의 관심도 많지만, 실라키스 사장은 말을 아꼈다. 그는 “5년 동안 한국에서 활동해 기뻤고, 개인적인 삶에도 좋은 시간이었다. 한국에 오기 전 라틴 아메리카에도 6년 반 정도 있었는데, 너무 이른 질문 아닌가 싶다”라며 멋쩍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