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유성 산은행장, 리먼 인수 책임론 대두

입력 2008-09-17 15:35 수정 2008-09-17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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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먼 인수배경, 진행과정 전면조사 필요

지난 10일 산업은행은 리먼브러더스와 거래 조건에 이견이 있어 협상을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단 5일만에 리먼브러더스는 파산보호신청을 냈다.

리먼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이던 민유성 행장에 대해 전광우 금융위원장의 잇따른 제지가 없었다면 몇 일만에 수조원을 날릴 뻔 했다.

이에 민 행장의 리먼 인수 추진 배경과 그 과정에 대해 낱낱이 공개하고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책임을 져야한다는 지적이 정치권과 시민단계에서 일고 있다.

◆ 민유성 행장의 독단적인 결정(?)

산업은행이 리먼브러더스 인수 추진 소식이 알려지자 금융위원회 전광우 위원장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사항’이라며 언론을 통해 우회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행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인수협상을 진전시켰다. 그러자 전 위원장은 “리먼 인수가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단독으로 인수하는 것은 위험이 크므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다시 제동에 나섰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을 관리·감독하는 부처 수장이 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우회적으로 압박하는 모습에 일부에서는 청와대 내지는 여당 일부에서 산업은행의 리먼 인수를 지원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었다.

한 금융계 인사는 “인사권과 관리·감독권을 갖고 있는 금융위 수장의 말 한마디에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은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고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그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인수를 강행했던 민행장의 행동은 든든한 지원세력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16일 민유성 행장은 기자들과 만나 "처음부터 금융위 전광우 위원장에게 보고하고 상의하며 진행했다"고 말했다.

◆ 민행장, 리먼브러더스 스톡옵션 내역 밝혀야

민유성 행장은 산업은행으로 오기 직전까지 리먼브러더스 서울지점 대표를 지냈다.

이에 산은의 리먼 인수를 지지하는 쪽에서는 민행장이 누구보다 리먼의 상황을 잘 알고 있고 민영화를 앞둔 산업은행이 글로벌 투자은행(IB)로 성장 하기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리먼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협상 경험도 얻고 인지도 높이는데도 큰 효과가 있다며 민 행장에 힘을 실어줬다.

반면 반대쪽에서는 리먼브러더스의 부실 규모가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수할 경우 인수가 이외에 추가적인 손실이 우려된다고 지적해왔다. 여기에 산은이 과연 부실은행을 살릴 능력이 있겠냐는 지적도 있었다.

이밖에 일부에서는 민행장의 리먼 인수 추진 배경에 ‘스톡옵션’에 대한 의혹을 제기 하기도 했다.

민행장은 "리먼이 산은의 조건을 받아들여 인수했으면 리먼은 파산하지 않았다"며 인수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금융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도 리먼의 부실채권에 대한 보증이나 금융지원을 하지 않겠다며 손을 놓으면서 BoA가 리먼 인수를 포기하고 메릴린치를 인수했다”며 “미국 정부도 손을 놓은 리먼을 산은이 인수했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발언은 지나친 자신감 아니냐"고 반문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정말 큰일 날 뻔 했다”며 “인수가 결렬돼 손실은 보지 않았지만 이번 리먼 인수 배경과 과정에 대한 철저한 확인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17일 열린 국회 재정위원회에서 여야 모두 산업은행에 대해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은 "산업은행장이 1주일 , 열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인수협상에 매달린 것은 참으로 의아하다"며 "그러고 나서도 민행장은 리먼 인수에 나섬으로써 산은의 성과를 높이고, 한국금융의 실력을 세계에 과시했다는 등 엉뚱한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민행장은 리먼에 근무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며 "그래서 의혹도 크다"고 주장했다.

김효석 민주당 의원은 "민행장이 산업은행장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한심스럽다"며 "그러고도 기자회견을 열어 '산은이 리먼을 인수했다면 파산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다니 어이없다"고 말했다.

같은당 이광재 의원은 "산은이 리먼을 인수했다면 파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는데 리먼을 인수했다면 산업은행 마저 파산했을 것"이라며 "인수 진행 과정에 대해 전반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도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국책은행에서 협상 결렬 후 단 몇 일만에 파산을 신청하는 부실금융기관을 인수하려고 했던 것에 대해 철저한 조사와 문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수 추진에 정치권이나 청와대의 지원이 있었는지도 함께 조사해야하며 민유성행장이 리먼브러더스 스톡옵션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밝혀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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