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샌프란시스코와의 인연을 우리말로 소개하는 것으로 발표를 시작했다. 15일(현지시간) 전세계 투자자들이 모인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의 메인트랙,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그랜드볼룸에서다.
서 회장은 "오늘이 마지막 발표"라고 했다. "올해말, 12월 31일 은퇴해 4차 산업혁명 분야 창업가로 새롭게 시작하겠다"고 했다. 그러고는 마지막 해인 2020년 셀트리온을 '퍼스트무버'에서 '게임체인저'로 변모시키기 위한 계획들을 거침없이 쏟아내기 시작했다.
서 회장의 화두는 게임체인저다. 셀트리온에 붙여진 '퍼스트무버'라는 이름만으로는 더이상 차별화해 성장하기 힘들다고 단언했다. 바이오시밀러 기업을 넘어 바이오제약사로 변모해야 빅파마와의 경쟁에서 승산이 있다는 것. "주주들이 원하면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의 합병을 검토할 수 있다"는 발언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와 관련해서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제품 차별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서 회장은 "바이오시밀러 가격은 계속 인하될 것"이라면서 "우리가 코스트(Cost) 리더십을 갖기 위해서는 R&D, 임상, 생산뿐 아니라 세일즈 단계까지 전부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올해 램시마SC를 시작으로 바이오시밀러 직판 체제를 본격 가동한다.
램시마SC, 고농도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등으로 제품도 차별화한다. 서 회장은 "오는 2월 1일 독일을 시작으로 영국, 네덜란드 등에서 램시마SC를 론칭할 것"이라면서 "올해 안에 미국,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허가 절차가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지난 14일 유럽의약품청에 램시마SC의 적응증을 류마티스관절염에서 염증성장질환(IBD) 등으로 확장하기 위한 신청도 마쳤고 늦어도 상반기내 허가를 기대하고 있다. 고농도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는 오는 3월 유럽 허가 신청서를 접수할 계획이다.
미생물 기반 1세대 바이오의약품인 인슐린 시장에도 새롭게 진출한다. 서 회장은 "기술도입(License-in)과 자체 및 공동 개발 방식으로 2023년 전세계 400억 달러(약 46조 5000억원) 규모의 당뇨시장에 진출하겠다"면서 "인슐린의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주사기 가격이 중요해 관련 회사를 인수하거나 설립하려 한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백신 사업과 관련해서 올해 종합인플루엔자 항체 신약 CT-P27의 개발을 완료해 내년부터 상업화 단계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폐렴백신, 대상포진백신 등 후속 제품도 개발하고 있다. 합성신약 부문에서는 올해까지 미국에서 25개 제품을 승인 받아 현지에서 공격적인 판매에 나선다.
중국시장 공략도 본격화된다. 12만 리터 규모의 중국 내 최대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을 건설하고 직판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서 회장은 "중국 성정부와 이달내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을 계획"이라면서 "이 공장에서는 인슐린을 생산하게 될 것이다. CMO도 사업도 진행한다"고 밝혔다.
서 회장은 올해 이러한 일들을 마무리하고 오는 12월 31일 회사를 떠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에는 고령화 시대에 필수적이라고 판단하는 U헬스케어 관련 회사를 창업해 새로운 도전에 나설 계획이다.
서 회장은 전날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한국의 젊은이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했다. 셀트리온의 성공의 열쇠가 '열정과 절박함'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유창하게 영어 못한다고 비즈니스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열번 찍으면 나무는 다 넘어가게 돼 있다"면서 젊은이들이 좀 더 도전적이 될 것을 주문했다.
서 회장은 JP모건 컨퍼런스에서의 마지막 발표를 이렇게 끝냈다.
"내년 JP모건 컨퍼런스에서는 차기 회장이 발표에 나설 것이다. 그동안 저의 사업을 지켜봐주고 응원해줘서 감사했다. 내 후배들이 기업을 이끌겠지만 셀트리온그룹은 의약품을 저렴하게 개발, 공급해 더 많은 환자를 구하는 목표를 향해 나아갈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