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잇단 해외 수주 낭보...올해 300억 달러 넘볼까

입력 2020-01-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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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유가·건설사들의 보수적인 해외수주

새해 시작 보름여 만에 대형건설사들이 잇따라 수주 낭보를 터뜨리고 있다. 수주 규모만 약 4조 원에 달한다. 연이은 잭팟이 저유가와 건설업계의 보수적인 수주 전략,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13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위축돼버린 해외건설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이달 들어서만 4건의 대규모 해외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2일 카타르 루사일 플라자타워 플롯4(6130억 원)를 시작으로 약 2700억 원 규모의 싱가포르 풍골 스포츠센터(현대건설 지분 1900억 원), 카타르 루사일 플라자타워 플롯3(6093억 원), 알제리 우마쉐3 복합화력발전소(8500억 원) 등을 잇따라 손에 쥐었다. 총 수주액은 2조1000억 원이다. 새해 시작 보름여 만의 쾌거다.

삼성물산도 이달 1조9000억 원 규모의 방글라데시 국제공항 확장공사를 따냈다. 후지타, 미쓰비시 등 일본 기업 두 곳과 함께 작업한 결과로 총 공사비는 2조8000억 원을 넘어선다. 이로써 두 건설사의 연초 대형 프로젝트 수주액은 총 4조 원에 달한다. 전년 해외수주 총액 추정치인 26조6600억 원(약 230억 달러)을 기준으로 할 때 15% 달하는 수치다.

국내 건설사들은 2010년 수주액 716억 달러를 기록하며 수주 강국으로 우뚝 섰지만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나마 2018년 321억 달러 수주를 기록하며 3년 만에 300억 달러를 돌파해 반등의 불씨를 지폈지만 지난해엔 200억 달러를 가까스로 넘을 만큼 수주절벽에 시달렸다. 13년 만에 최저치다.

해외수주가 바닥 수준까지 떨어진 건 중동 국가들이 석유에 의존한 경제구조에서 벗어나려는 탈석유화 움직임과 그로 인한 발주물량 감소, 저유가 등이 복학접으로 얽혀서다. 국내 건설사들이 2009~2011년 수주한 중동 프로젝트가 2013년부터 대거 손실로 나타나면서 뼈 아픈 수업료를 치른 뒤 수주 전략을 보수적으로 바꾼 것도 수주절벽 요인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올해도 해외수주 규모는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내 건설사들의 수주 텃밭인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너무 큰 데다 연초 불거진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다소 빨리 진정됐다고는 하나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손태홍 건설산업연구원 미래기술전략연구실장은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다소 해소된 것처럼 보이지만 뒤집어질 가능성이 충분히 남아있다”며 “불안한 중동 정세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의 탈석유 경제, 양보다 질을 택하는 건설사들의 소극적인 수주 전략으로 수주 규모가 크게 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저유가 시대에도 유가 수준이 60달러 안팎을 유지하며 극단적인 수준으로 낮아지진 않고 있지만 중동 국가들이 발주 행렬을 이룰 만큼 높은 가격도 아니다. 해외 수주에 낙관론이 나오지 않는 핵심적인 요인이다. 특히 국내 건설사들의 주요 수주 물량인 플랜트 발주는 유가의 움직임으로 향방이 갈린다. 일반적으로 유가가 상승하는 시기 플랜트 발주가 늘어나고, 유가가 하락하면 발주 규모는 축소된다.

그러나 낙관론도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중동국가들의 재정이 올해보다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고, 이에 발주량이 작년보다는 소폭이나마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현대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 대우건설을 중심으로 카타르 LNG, 사우디아라비아 자푸라 등 대형 프로젝트가 예정돼 있어 해외 수주에 거는 기대감이 낮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 등 중동국가들이 자국산 제품과 서비스, 인력 등에 대한 요구를 강력하게 내세우는 악재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열매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자국 경제 성장에 기여하라는 요구가 강해지면서 원가 부담이 늘어나고 중동 진출 진입장벽이 높아졌지만 이미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거나 입지를 굳힌 기업에는 오히려 유리한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상반기 대형 프로젝트 수주를 예상하며 올해 해외 수주액이 약 350억 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저유가 환경에서 중동 발주가 급격히 증가하긴 어렵지만 국내 건설사들이 다수 패키지에 참여하고 있는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 가스 프로젝트가 상반기 입찰 발표를 앞두고 있다”며 “사우디 얀부 COTC(250억 달러), 쿠웨이트 알주르 석유화학단지(80억 달러) 등의 프로젝트도 하반기에 구체화될 가능성이 높아 분위기가 나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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