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운의 혁신성장 이야기] 혁신성장과 소득주도성장의 이중 빨대효과로 고사하는 소상공인

입력 2020-01-20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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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현재 혁신성장에서 가장 소외된 경제주체는 소상공인이다. 혁신성장 하면 청년창업, 스타트업, 벤처, 유니콘, 스마트팩토리 등이 강조된다. 소상공인과 관련되는 주제는 하나도 없다.

흥미로운 사실은 소상공인은 혁신성장에서 소외되었을 뿐 아니라 피해자이면서도 걸림돌로 간주되고 있다는 것이다. 타다와 쏘카와 같은 차량공유 서비스의 확산이 소상공인의 사업영역을 축소시키고 이에 대해 소상공인들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규제가 발동하기 시작했다. 소상공인을 기반으로 급성장한 배달의민족이 독일 딜리버리 히어로에 인수되어 국내 2, 3위인 요기요, 배달통과 합병하여 독점력을 갖게 되면 수수료와 광고료를 인상할 것을 우려한 소상공인들이 기업결합에 반대하고 있다.

소상공인은 소득주도성장에서도 소외되어 있다. 아니,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의해 가장 큰 피해를 본 곳이 소상공인이다. 특히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은 고정비 성격인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켜 소상공인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위로는 혁신성장, 아래로는 소득주도성장에 끼어 고사 직전인 소상공인들의 반발을 단순히 혁신에 저항하는 기득권으로 치부하거나 임금인상을 거부하는 자본가로 몰아붙이는 것은 감정적이고 정치적인 매도다.

쏘카의 이재웅 대표는 심지어 “전통시장이 죽는다고 대형할인점을 없애느냐”며 “기존 산업을 과도하게 보호하면 안 된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배달앱의 입찰 광고 방식이 부당하다는 소상공인연합회의 비판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소상공인연합회의 대표성과 정체성을 문제 삼아 감정싸움에 돌입하고 있다.

소상공인들이 현 정부의 간판격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이 최저임금을 2년 새 29%, 주휴수당까지 합하면 40% 넘게 급격히 상승시키면서 이를 감당할 수 없다고 공개적으로 반발하자 마치 정권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으로 간주해 소상공인연합회를 소외시키고 핍박까지 했다.

소상공인들이 왜 이처럼 혁신성장과 임금인상에 강력히 반발하는가를 알기 위해서는 소상공인 사업의 특징과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소상공인의 사업은 외부환경 변화에 민감한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환경변화에 따른 매출 변동성은 일률적이지 않다. 업종, 지역, 상권에 따라 그 영향은 편차가 크다.

하지만 소상공인과 직접적으로 경합하거나 대체하는 혁신 사업자의 등장은 치명적 영향을 광범위하게 미친다. 혁신기업이 유니콘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단기간에 급속도로 소상공인의 매출을 빨아들여 타격을 준다.

여기에 고정비 성격의 인건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소상공인의 수익성은 찌그러들 수밖에 없다. 소상공인의 비용은 대부분은 매출과 연동하는 변동비 성격이다. 즉, 매출이 늘면 비용이 증가하고 매출이 줄면 비용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최저임금의 상승은 획일적이며 매출과 상관없이 고정적으로 발생한다.

자, 이제 소상공인들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경제성장 둔화로 전반적 경기가 하락세인 가운데 혁신성장에 타격받아 매출이 급감하는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을 감당할 수 없어 생존의 기로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소상공인들은 이전에 대형마트의 무차별적 확장, 카드 수수료의 차별적 적용, 임대료 인상 등에 의해 피해를 봤고 이에 저항해 왔다. 그러나 지금처럼 일률적인 매출 감소와 급격한 인건비 상승이 동시에 발생한 시기는 없었다. 극단적으로 현재의 혁신성장과 소득주도성장은 소상공인을 착취하고 소상공인의 부를 이전하며 성장하자는 것과 같다.

과연 이런 성장의 과실이 누구에게 갈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배달의민족이 인수합병되면서 막대한 자금이 몰리지만 누가 혜택을 보는가? 혁신성장의 과실이 소수의 창업가와 투자가에게만 쏠리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과거에 압축성장을 추구하면서 소수의 대기업에 성장의 과실이 쏠려 나타난 양극화가 재현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최저임금 인상도 마찬가지다. 결과적으로 소상공인과 저임금 노동자가 피해를 봤고, 가장 큰 혜택을 본 계층은 집단화된 노동이다.

소상공인은 풀뿌리 경제의 주인공이다. 지역경제에서의 경기, 소비 그리고 일자리는 소상공인 중심으로 돌아간다. 혁신성장과 소득주도성장이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건강한 성장이 되려면 그 혜택이 소상공인들과 공유되도록 해야 한다. 과거에는 대기업이 성장하면 그 과실이 소상공인까지 전달되는 낙수효과가 기대되었는데 지금의 혁신과 소득주도성장 방식은 역으로 빨대효과를 야기한다. 어디에 무엇이 고장났는지 살펴보고 수정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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