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선 IBK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21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의 ‘내로남불’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형선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관치금융 폐해를 지적하며 낙하산 인사를 반대하더니 지금은 3대 국책은행장을 모두 관피아로 임명했다”면서 “청와대가 낙하산의 기준을 바꾼 것인데, 내로남불의 전형이다”고 했다.
김형선 위원장은 이달 임명된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기업은행장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로 실무 능력 부족을 꼽았다. 김 위원장은 “기업은행은 모든 운영 방식이 시중은행과 비슷해 공공기관과 운영 체계가 전혀 다르다. 특히, 1만4000명의 직원이 일하는 조직인데 윤 전 수석은 은행 영업 경험이 없을 뿐더러 이렇게 큰 조직을 이끌어 본 적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부 관료 출신은 조직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만 수많은 시간을 들일 것이 분명한데, 내부 인사는 이런 시간 낭비를 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은행이란 곳이 노사관리가 굉장히 중요한 곳인데 윤 전 수석이 기관장으로 오게 되면 노사관계 측면에서 분명히 충돌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김 위원장은 이투데이가 보도한 문 대통령의 정책협약 파기와 관련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 후보들이 정책협약을 가볍게 여기고 당선을 위한 도구로만 간주하는 관행을 이번 기회에 뿌리뽑겠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정당이 금융노조를 정치 파트너로 인정하고 정책협약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필요한데, 문 대통령은 낙하산 근절과 노동이사제 도입 등 정책협약에 언급한 내용을 하나도 지키지 않고 있어 매우 실망스럽다”고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노동이사제 도입이 낙하산 인사를 근절할 수 있는 효과적 방안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은행은 아직 도입이 안 됐지만, 금융공기업 내에는 임원추천위원회가 열리고 그곳에서 사장을 추천하는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임추위를 구성하는 비상임이사들도 전부 낙하산 인사로 구성돼 있다. 만약 노동이사제가 도입된다면 근로자를 대표한 노동이사가 낙하산 이사들을 견제해 친정부 인사들이 기관을 장악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낙하산 인사가 위험한 이유는 국민들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낙하산 인사처럼 정권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이 내려오면 4대강 사업이나 자원외교처럼 정부 눈치를 보면서 비합리적인 일을 많이 한다. 금융이란 부분은 더 큰 자원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는 기관이기 때문에 더욱 낙하산 인사에 대한 견제가 필요한 분야다”면서 “이 때문에 이번 기업은행의 투쟁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