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연기금 '5%룰' 완화…기업지배구조 개선 요구 쉬워진다

입력 2020-01-21 10:00 수정 2020-01-21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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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자본시장법‧국민연금법 시행령 개정안 국무회의 통과…사외이사 연임 제한

(자료제공=공정거래위원회)
(자료제공=공정거래위원회)

내달 1일부터 국민연금 등 공적연기금이 5%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상장기업에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관 변경과 위법행위를 한 임원의 해임을 요구하면 이를 기업의 경영활동에 영향을 주지 않는 주주활동으로 규정된다.

이에 따라 대량보유 보고·공시의무(일명 5%룰)를 갖는 공적연기금은 해당 사유를 시장에 공시할 경우 월별로 약식 보고만 하면 된다. 기존에 5일 내 상세 보고해야 했던 5%룰이 완화된 것이다.

또 사외이사는 한 회사에서 6년(계열사 포함 시 9년)을 초과해 근무할 수 없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와 법무부, 금융위원회 등은 21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상법‧자본시장법‧국민연금법(3개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재벌 총수일가의 전횡방지 및 소유‧지배구조 개선을 핵심으로 하는 정부의 공정경제 정책 추진 일환으로 마련됐다. 기업의 투명하고 책임 있는 경영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우선 2016년 12월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 책임원칙)’ 도입 이후 주주활동이 증가하고 있는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5%룰이 내달 1일부터 보고 내용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5%룰은 상장사 주식 등을 5% 이상 보유하게 되거나 이후 1% 이상 지분변동 시 5일 이내 보고‧공시해야 하는 규정이다.

정부는 공적연기금의 배당과 관련 주주활동, 사전 공개 원칙에 따른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관 변경 추진, 회사 임원의 위법행위에 대한 해임청구권 행사 등을 '경영권 개입 목적'에서 제외했다. 여기서 배당, 지배구조 개선 등과 관련한 주주활동을 '일반투자'로, 의결권 및 신주인수권 등 단순주주권 행사를 '단순투자'로 구분했다.

일반투자는 해당 사유를 기업과 시장에 월별로 약식으로 보고해야 하며 단순투자는 기존 대로 분기 약식 보고가 유지된다. 공적연기금이 임원 선·해임 제안 등 경영 참여를 하기 위해서는 종전과 마찬가지로 5일 이내 상세 공시해야 한다는 규정이 유지된다.

정부 관계자는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연기금이 제 목소리를 낼 때마다 지분 변동사항이 공시되면 투자전략이 그대로 노출된다"며 "'경영권 영향 목적' 범위를 줄이고 공시 의무를 간소화해 연기금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개정안에는 국민연금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가입자 단체가 추천한 민간 전문가를 상근 전문위원(3인)으로 위촉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제고하는 장치도 마련됐다. 그동안 사외이사가 장기 재직하는 경우 경영진과 사외이사 간 유착관계가 심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개정안은 특정 회사(A사)의 계열사에서 퇴직한지 3년(기존 2년)이 되지 않은 자는 A사의 사외이사가 될 수 없도록 했다. 특히 한 회사에서 6년(계열사 포함 시 9년)을 초과해 사외이사로 근무하는 것을 금지했다.

해당 규정이 시행령 공포 후 즉시 시행되는 만큼 올해 3월 이후 열리는 주주총회부터 6년 이상 재직했던 사외이사들이 대거 교체될 것으로 전망된다.

임원(이사·감사) 선임을 위한 주주총회 개최 시 제공되는 후보자 정보도 대폭 강화된다. 기업들은 앞으로 후보자의 체납사실, 부실기업의 임원으로 재직한 적이 있는지 여부, 법령상 결격 사유 유무를 포함해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개정안은 또 상장회사의 주주총회 내실화를 위해 주주총회 소집 통지 시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도 함께 제공하도록 했다. 주주가 주주총회 전에 회사의 성과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아울러 전자투표 시 본인인증 수단이 핸드폰, 신용카드 인증 등으로 다양화되며 전자투표를 통해 행사한 의결권의 변경 및 취소도 가능해진다. 전자투표 인터넷 주소 등을 알지 못해 의결권 행사를 하지 못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인터넷 주소, 전자투표 기간을 주주들에게 사전에 통지하도록 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담겼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개정을 통해 주주 및 기관투자자의 권리 행사가 확대되고 이사회의 독립성이 강화됨으로써 기업 경영의 투명성과 건전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면 정부가 공적연기금을 통해 기업 경영에 간섭·규제가 심해질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어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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