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경영개입 길 열려"…재계, 3개법 시행령 개정안 강력 비판

입력 2020-01-2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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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자본시장법‧국민연금법 시행령 개정안 국무회의 통과

▲대기업들이 빼곡히 들어선 서울 도심의 모습 (사진제공=연합뉴스)
▲대기업들이 빼곡히 들어선 서울 도심의 모습 (사진제공=연합뉴스)

그간 기업들이 우려를 표해온 '상법‧자본시장법‧국민연금법(3개법) 시행령 개정안'이 끝내 21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정부는 대량보유 보고·공시의무(일명 5%룰) 완화로 국민연금 등 공적연기금이 상장기업에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할 수 있고, 사외이사의 연임을 제한하는 내용 등이 담긴 개정안이 시행되면 공정경제의 핵심인 기업의 소유‧지배구조 개선이 실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공적연기금을 통한 정부의 기업 경영 개입이 심해질 수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의 핵심은 두 가지다. 먼저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5%룰을 완화하는 내용이다. 5%룰은 상장사 주식 등을 5% 이상 보유하게 되거나 이후 1% 이상 지분변동 시 5일 이내 보고‧공시해야 하는 규정이다.

개정안은 사전 공개 원칙에 따른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관 변경 추진, 회사 임원의 위법행위에 대한 해임청구권 행사 등을 '경영권에 영향을 주는 활동'에서 제외했다. 가령 국민연금이 투자한 회사의 이사회 및 지배구조를 포함한 회사 정관 개정을 요구하더라도 이것이 경영 개입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애기다.

이에 따라 5%룰 의무를 갖는 공적연기금은 내달 1일부터 해당 사유에 대해 기업과 시장에 월별로 약식으로만 보고하면 된다. 기존에 해당 사유에 대해 5일 내 상세 보고해야 했던 것이 대폭 완화된 것이다.

두 번째는 사외이사와 경영진의 유착을 막기 위해 사외이사의 연임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개정안은 특정 회사(A사)의 계열사에서 퇴직한지 3년(기존 2년)이 되지 않은 자는 A사의 사외이사가 될 수 없도록 했다. 특히 한 회사에서 6년(계열사 포함 시 9년)을 초과해 사외이사로 근무하는 것을 금지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개정을 통해 주주 및 기관투자자의 권리 행사가 확대되고 이사회의 독립성이 강화됨으로써 기업 경영의 투명성과 건전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등 경제단체들은 시행령 개정안이 국민의 기본권과 기업의 경영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규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연기금의 '5%룰' 완화의 경우 연기금의 기업 경영에 대한 간섭이 심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부가 원하는 기업지배구조 달성을 위해 연기금을 통해 경영 개입에 적극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로 인해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이 쉬워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또한 공공성이 중요한 금융회사에 적용하고 있는 사외이사 연임 제한을 상장회사로 확대 적용하는 것은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훼손하는 것을 물론 헌법상 보장된 사외이사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경제단체들은 꼬집고 있다.

사외이사 연임 제한은 시행령 공포 후 즉시 시행되는 만큼 올해 3월 이후 열리는 주주총회부터 6년 이상 재직했던 사외이사들의 대거 교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사외이사 연임 제한이 청와대와 여당이 총선을 앞두고 친여 인사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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