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2] 규모 늘린 삼성 인사… 이재용, '좋은 위기 낭비하지 않겠다' 의지

입력 2020-01-21 14:20 수정 2020-01-2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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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연차 배제한 발탁인사 24명…1970년생 부사장도 등장

삼성전자가 전년보다 규모를 늘린 2020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해 실적이 꺾이면서 승진폭이 적을 것이란 예상이 나왔었는데, 반도체 호황기를 누렸던 지난 2018년 말(158명)보다 승진자가 오히려 늘었다.

전날 사장단 인사에서 젊은 50대 사장들을 전면에 배치한 삼성전자는 임원인사에서도 같은 기조를 이어갔다. 1970년생 부사장이 등장했고, 연령ㆍ연차와 상관없이 성과와 능력이 있으면 승진 중용하는 '발탁 인사'도 24명으로 늘렸다. 발탁인사는 2017년말 13명, 2018년말 18명이었다.

아울러 회사 기술력을 대표하는 연구개발 부문 최고 전문가로 펠로우 3명, 마스터 15명을 선임해 기술회사의 위상을 높였다.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을 비롯해 회사 핵심 경영진이 여러 재판을 받고 있는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크지만, 외적 요인으로 인재의 등용과 발탁을 주저하지 않겠다는 이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됐다. 피로가 가중한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미래 사업을 선점하겠다는 각오도 엿보인다.

"좋은 위기를 낭비하지 마라"는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격언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위기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하느냐에 따라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부사장 14명, 전무 42명, 상무 88명 등 총 162명이 승진하는 임원인사를 이날 발표했다.

부사장 승진자는 CE(소비자가전)부문에선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LED개발그룹장 최용훈, IM(IT·모바일) 부문에서는 무선사업부 전략제품개발1팀장 최원준, 네트워크사업부 미주BM그룹장 김우준, 한국총괄 IM영업팀장 김진해 등이다.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에서는 메모리사업부 플래시 PA팀장 송재혁, 메모리사업부 디자인 플랫폼 개발실장 최진혁, 기흥·화성·평택단지 파운드리 제조기술센터장 심상필, 파운드리사업부 PA2팀장 정기태, 반도체연구소 플래시 TD팀장 신유균, 생산기술연구소장 양장규 등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부사장 승진자 중 최연소는 무선사업부에서 나왔다. 1970년생의 최원준 부사장이 주인공이다. 최 부사장은 역대 두번째로 젊은 부사장 타이틀도 거머줬다. 삼성전자 역사상 가장 젊은 부사장은 전날 52세 나이로 무선사업부장에 오른 노태문 사장이다. 노 사장은 2012년 말 44세 나이에 부사장에 올랐고, 2018년 말 50세 때 사장으로 승진했다.

젊은 리더십으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도적 지위를 굳히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최원준 부사장은 모바일 단말·칩세트 개발 전문가로, 2005년 '아미커스 와이어리스 테크놀로지'를 창업하고, 퀄컴에도 몸담은 바 있는 인물이다. 2016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최초로 5세대 이동통신(5G) 단말을 상용화한 공로를 인정 받았다.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LED개발그룹장 최용훈 부사장은 디스플레이 개발 전문가로 시네마 LED, 더 월 등 차세대 TV 폼팩터 개발을 주도했다.

네트워크사업부 미주BM그룹장 김우준 부사장은 미국 신규사업 진출 및 5G 상용 서비스 모델 발굴을 통한 통신 비즈니스 기반을 강화했다.

한국총괄 IM영업팀장 김진해 부사장은 모바일 영업 전문가로 5G 마케팅 차별화 및 국내 리테일 관리 고도화를 통한 한국 플래그십 제품군 매출 확대를 주도했다.

메모리사업부 플래시 PA팀장 송재혁 부사장은 공정 및 소자개발 분야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가로 V낸드 세대 전환을 성공시킨 점을 인정 받았다.

메모리사업부 디자인플랫폼 개발실장 최진혁 부사장은 SSD, e스토리지 등 메모리 솔루션 제품 컨트롤러 개발 전문가다. 주요 제품향 컨트롤러 개발을 통해 솔루션 사업 경쟁력 강화를 주도했다.

기흥/화성/평택단지 파운드리제조기술센터장 심상필 부사장은 파운드리 제조기술 향상과 양산 경쟁력 극대화를 이끌었다.

파운드리 사업부 PA2팀장 정기태 부사장은 M램, P램 등 뉴메모리 분야 차세대 공정기술 전문가로 파운드리 공정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다.

반도체연구소 플래시 TD팀장 신유균 부사장은 V낸드 선행제품 개발을 주도했다. 생산기술연구소장 양장규 부사장은 반도체 설비 기술 전문가 반도체 미세공정 한계 극복에 기여했다.

삼성전자는 "경영 성과와 성장 잠재력을 겸비한 젊은 리더들을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미래 최고경영자(CEO) 후보군을 두텁게 했다"고 설명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의 성공을 일군 원동력은 항상 절박한 위기의식으로 무장한 끊임없는 혁신이었다”며 “위기에도 투자를 늘리는 오너의 빠른 의사결정, 제품과 서비스의 세계화 전략 등으로 다각화와 전문화를 동시에 달성하는 시너지를 창출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전날 사장단 인사와 이날 임원 인사에 이어 조직개편 방안이 발표되면 준법감시위원회를 필두로 한 쇄신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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