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검찰, 이제 그만 민생 챙기자

입력 2020-01-21 13:05 수정 2020-01-21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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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효진 사회경제부장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들을 모두 바꾼 이른바 ‘1•8 대학살’ 이후 검찰 내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공개적인 장소에서 항명성 발언으로 후배 검사가 선배 검사를 들이받는 일이 벌어졌다.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이 “거대한 사기극”이라며 비판하고 물러난 부장검사의 사직 관련 글에는 불과 몇 시간 만에 수백 개의 동조 댓글이 달리는 등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겉보기엔 ‘검란’(檢亂) 까지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검란은 다시 말해 ‘집단항명’이다. 검사동일체의 원칙이 발동해 검찰총장은 물론 핵심 간부들이 줄줄이 사표를 던지며 ‘결사항전’의 의지를 내비친다.

대표적인 검란으로는 이명박 정부 시절을 사례로 들 수 있다. 경찰이 독자적으로 수사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대검찰청 수뇌부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당시 김준규 검찰총장은 이들의 사표를 반려하는 대신 사태에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났다.

그러나 검란의 끝은 좋지 않았다. 검찰의 조직적인 반발은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오히려 조직 이기주의의 폐해라며 이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명분만 키웠다.

지금의 검찰은 법무부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추 장관은 취임하자마자 강력한 인사권을 행사하며 윤 총장의 측근들을 모두 잘라냈다.

청와대 등 여권을 겨냥해 수사를 지휘했던 대검 검사장급 검사들이 전부 교체됐다. 강남일 대검 차장(대전고검장),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부산고검 차장검사), 박찬호 공공수사부장(제주지검장), 이원석 기획조정부장(수원고검 차장검사), 조상준 형사부장(서울고검 차장검사), 이두봉 과학수사부장(대전지검장), 문홍성 인권부장(창원지검장), 노정연 공판송무부장(전주지검장)이 각각 명함을 새로 팠다.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은 고검장으로 승진해 법무연수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검찰 내에서 소윤(小尹)으로 불리던 윤대진 수원지검장은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이동했다.

서울남부지검을 제외하면 재경지검 검사장들도 다 바뀌었다.

그야말로 대대적인 물갈이다. 그렇지만 검찰 내부 동요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왜일까. 작년 7월 윤 총장 취임 이후 단행된 첫 번째 인사를 떠올리면 답이 나온다.

윤 총장은 부임한 이후 요직에 모두 측근들을 불러다 앉혔다. 그간 ‘특수통 천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검찰 분위기는 특수부 출신과 그렇지 않은 검사로 나뉘었고, 소위 ‘엘리트주의’가 최고조에 이르렀다. 특수부 출신에 비해 상대적으로 홀대를 받던 형사부 검사들의 박탈감은 컸다.

검찰은 지난 6개월여간 윤 총장의 친정제제로 돌아갔다. 윤 총장을 등에 업은 특수부 검사들의 기세는 하늘을 찔렀다. ‘살아있는 권력’을 향한 거침없는 수사의 배경이기도 하다.

공개 항명 사태, 검찰 직제개편과 맞물려 23일은 ‘2차 대학살’이 예고됐다. 하지만 조직적인 반발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는다.

이 시점에서 검찰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비정상의 정상화’란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수부 출신들로만 채웠던 ‘윤석열 사단’이 검찰 조직 내에서 비정상으로 여기는 검사들이 많다는 것이다.

동료 상갓집에서 상사를 치받는, 추 장관 표현대로 ‘장삼이사(張三李四)도 하지 않는 추태’는 검사동일체에 생긴 균열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 사례다. 특수부 검사 후배가 강력부 검사 선배를 대놓고 망신을 준 것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여권을 향한 검찰 수사의 정당성 여부는 재판 결과에 따라 국민들이 판단하면 된다.

법무부는 국민 인권 보호, 민생 사건 집중을 위해 형사•공판부를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향후 검찰 인사에서도 민생 사건 수사 검사를 적극적으로 우대하기로 했다.

검찰이 볼썽사나운 세 싸움에 매여 있을수록 피해는 국민이 본다. 민생 사건 서류들에 수개월째 먼지만 쌓인다. 적폐청산 못지않게 민생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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