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K-브랜드] ④메이저 무대 선 ‘패션 코리아’… 파리지앵도 반했다

입력 2020-01-21 17:25 수정 2020-01-2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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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섬 ‘시스템·시스템옴므’, 3회 연속 파리패션위크 참가ㆍ삼성물산 ‘준지’ 컬렉션 공략…‘구호’는 뉴욕서 입지 확대

▲삼성물산 ‘준지’ 2020년 F/W 파리 컬렉션 피날레 모습
▲삼성물산 ‘준지’ 2020년 F/W 파리 컬렉션 피날레 모습

1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16구에 위치한 복합예술문화공간인 ‘팔래드 도쿄(PALAIS DE TOKYO)’에서는 한섬의 ‘시스템’·‘시스템옴므’ 단독 프레젠테이션이 열렸다. 이어 파리 마레지구에서 한섬이 운영하는 편집숍 ‘톰그레이하운드 파리’ 매장에서는 시스템·시스템옴므 쇼룸이 23일까지 마련된다. 이번 행사에는 전 세계 20여 개국 200여 명의 패션업계 관계자와 바이어가 참가한다.

한섬은 파리 현지에서 톰그레이하운드 편집숍을 운영한 데 이어 라파예트 백화점에서 장기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해외 소비자들과 만나며 해외 시장 진출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

아울러 한섬의 시스템, 시스템옴므는 ‘2020년 가을겨울(F/W) 파리 패션위크’에 동반 참가 소식도 전했다. 국내 토종 패션 브랜드의 남녀 라인이 3회 연속으로 파리 패션위크에 동반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의 토종 패션 기업 한섬이 해외 패션위크에 참가해 K패션을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파리 패션위크는 글로벌 4대 패션쇼 중 하나로, 해외 유명 패션 브랜드가 모두 참여하는 행사다. 특히, 행사 기간 패션 업체들이 전 세계 유명 백화점과 패션·유통 바이어들에게 다음 시즌 출시 예정 신제품을 소개하고, 미리 판매하는 글로벌 최대 규모의 ‘프리미엄 패션 마켓’으로 알려져 있다. 한섬은 패션위크 때마다 홀세일(wholesale, 도매) 형태로 100만 달러 규모의 수출을 성사시켰으며 올해도 비슷한 규모의 수출을 기대하고 있다.

음식(K팝)·문화(K드라마) 등은 개인 선호에 따라 쉽게 소비될 수 있지만, 패션은 각 지역의 기후, 인식, 체형, 소득 수준 등에 따라 접근을 달리해야 하는 만큼 다인종 국가가 아닌 한국 브랜드는 세밀화한 지역화에 다소 취약한 편이다. 그럼에도 해외 진출을 꾸준히 시도하며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한 결과 K패션은 중국과 동남아에서 자리 잡은 데 이어 패션의 본고장인 유럽과 북미지역까지 진출하며 세를 확장하는 모양새다.

삼성물산 역시 유럽과 북미 지역에 공을 들였다. 삼성물산은 국내 패션 브랜드가 유통채널에 입점하는 방식으로 해외에 진출한 것과 달리 디자이너 브랜드 ‘준지(Juun.J)’를 앞세워 해외 컬렉션에 제품을 선보이는 방식으로 해외로 나갔다.

정욱준 디자이너의 브랜드 ‘준지’는 2007년 파리 컬렉션으로 데뷔했다. 당시 해외 무대에서 K패션에 대한 인지도는 미약했지만, 정욱준 디자이너가 2013년 파리 의상조합 정회원으로 추대되면서 해외 시장에서 ‘준지’에 대한 관심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준지는 해외 무대에서 꾸준히 활동한 결과 현재 뉴욕, 런던, 파리, 밀라노, 홍콩 등 30여 개국에 10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특히 최고급 백화점으로 알려진 해롯백화점(런던)과 SAKS(뉴욕), 갤러리 라파예트(파리)를 비롯해 편집 매장 레끌레어(파리), 조이스(홍콩&중국), 오프닝세레모니(도쿄) 등에도 입점했다. 아울러 캐나다구스, 카파 등 글로벌 브랜드와의 협업 상품도 선보였는데 지난해 FW시즌 캐나다구스와 손잡고 선보인 제품은 대부분의 스타일이 완판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여성복 브랜드 ‘구호’는 2016년 뉴욕 시장 진출을 시작으로 꾸준히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며 시장에서의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미국 버그도프 굿맨(Bergdorf Goodman), 영국 하비 니콜스, 캐나다 홀트 렌프 등 북미, 유럽, 아시아 지역의 주요 유통 바이어 대상으로 세일즈 쇼룸을 운영했고, 현지 뉴요커들에게 직접 구호의 브랜드 정체성을 알리고자 뉴욕 소호 지역에 첫 번째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기도 했다.

▲중국 티몰 ‘이랜드 종합관’ 홈페이지 화면
▲중국 티몰 ‘이랜드 종합관’ 홈페이지 화면

앞서 국내 패션기업의 해외 진출은 1세대인 이랜드의 중국 진출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4년 중국에 진출한 이랜드는 25년이 넘는 현재까지 현지에서 500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이랜드가 중국에서 활발히 사업을 이어갈 수 있었던 배경은 변화하는 중국 시장에 빠르게 대응해 유통채널 다변화를 꾀한 덕분이다. 중국 젊은 고객들 사이에 합리적인 쇼핑 문화가 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고가 제품 위주로 판매하는 백화점보다 다양한 제품을 취급하는 새로운 유통채널이 급부상했고, 이랜드는 이에 맞춰 온라인 채널에 집중 투자했다. 그 결과 이랜드는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광군제 때 최고 매출을 올리며 두각을 나타냈고, 지난해 광군제 때는 중국 온라인 쇼핑몰인 티몰(天猫)에서 약 500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랜드 측은 “ 25년 동안 중국의 트렌드 변화와 고객 특성, 현지인들이 원하는 상품 특징 등 수많은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했고, 이렇게 모인 빅데이터는 상품 디자인, 마케팅, 물류 시스템 등 전 분야에 걸쳐 이랜드만의 중국사업 노하우로 집약됐다”고 말했다.

이랜드는 특히 중국 내 한 가정 두 자녀 정책에 따라 관련 사업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영·유아 브랜드 ‘쇼콜라’와 ‘포인포베이비’ 등을 핵심 브랜드로 육성할 계획이다.

▲LF ‘헤지스’ 베트남 호찌민 매장 오픈 기념식
▲LF ‘헤지스’ 베트남 호찌민 매장 오픈 기념식

LF의 캐주얼 브랜드 ‘헤지스’도 2007년 중국 진출을 시작으로 국내 브랜드 최초로 대만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고 2017년부터는 베트남까지 진출했다. 중국에서는 현재 42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이고, 대만에서는 최대 백화점이자 수입 프미리엄 브랜드 대부분이 입점해 있는 퍼시픽 소고(Pacific Sogo)의 본점인 충효(Chung-Hsiao)점에 단독 매장을 오픈했다. LF는 올해도 점진적으로 매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베트남에서는 2017년 하노이 진출을 시작으로 지난해 11월 호찌민으로 무대를 확장했고 2021년까지 호찌민 주요 쇼핑몰에 5개 매장을 추가로 열어 베트남 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LF ‘헤지스’ 베트남 호찌민 매장 모습
▲LF ‘헤지스’ 베트남 호찌민 매장 모습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11년 여성복 브랜드 ‘보브’를 시작으로 2016년 여성복 브랜드 ‘지컷’, 2019년 ‘스튜디오 톰보이’까지 3개 브랜드를 해외 시장에 선보였다. 보브는 중국 내 주요 백화점을 중심으로 현재 4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이고, 올해도 주요 도심지역의 고급 백화점에 추가로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다.

스튜디오 톰보이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글로벌 브랜드로 육성하고자 지난해 4월 중국 베이징과 시안에 각각 위치한 SKP백화점에 단독 매장을 잇달아 오픈했다. 이후 세를 확장해 중국 내 주요 고급 백화점과 쇼핑몰에 매장을 오픈해 현재 총 8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3개 매장 오픈을 앞두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측 관계자는 “스튜이오 톰보이는 중국 대표 쇼핑몰인 티몰 글로벌에서 판매하며 실제 매장을 방문하고 싶다는 고객의 소리가 많아져 오프라인 매장을 추가 오픈한 것”이라며 “중국 유통 바이어들 사이에 톰보이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져 주요 도심 지역 최고급 백화점에 빠르게 매장을 오픈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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