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주택 공시가격] '공시가 14.8억' 단독주택 세 부담 '675만→927만 원'

입력 2020-01-22 15:43 수정 2020-01-22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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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부담 증가에 주택 매수 심리 위축될 것"…아파트 공시가격 상승도 예고

#1.대기업 임원 출신인 A씨는 2년 전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있는 다가구주택(단독주택) 한 채를 마련했다. 지난해 A씨 집의 공시가격은 8억9300만 원이었다. 1주택자인 A씨는 지난해 보유세로 256만 원가량을 냈다. 올해 그의 주택 보유세 부담은 그보다 22만 원가량 늘어날 예정이다. 여기엔 그동안 안 내던 종합부동산세도 10만 원가량 포함돼 있다. A씨 집의 공시가격이 9억2666만 원으로 올라서다.

#2.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에 단독주택을 보유한 B씨의 부담은 더 큰 폭으로 늘어난다. 지난해 14억8000만 원이던 B씨 집의 공시가격은 올해 16억3000만 원으로 오른다. 보유세 부담은 약 675만 원에서 927만 원으로 250만 원 넘게 늘어난다. 공시가격 상승과 종합부동산 세율이 겹치면서 세 부담이 더욱 커졌다.

국토교통부는 22일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올해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을 발표했다. 표준단독주택은 각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을 산정하는 기준이 된다.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에 따라 4월 발표하는 개별단독주택 공시가격의 오름폭도 달라지는 것이다.

올해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은 지난해보다 평균적으로 4.47% 상승했다. 특히 지난해 공시가격이 9억 원 이상이었던 고가주택의 오름폭이 컸다. 지난해 공시가격이 9억~12억 원이었던 곳은 7.9%, 12억~15억 원이었던 곳은 10.1% 공시가격이 올랐다. 지역별로 봐도 서울(6.82%)과 광주(5.85%), 대구(5.74%) 등 고가주택이 많은 지역에서 공시가격이 많이 올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토부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반영률)을 높이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조세 부담 형평성을 바로잡겠다는 게 명분이다. 지난해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을 사상 최대 폭인 9.13% 올린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국토부는 단독주택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올해 55% 선까지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53.0%)보다 2.0%포인트 높다. 특히 시세가 높을수록 공시가격 상승률을 높여 잡기로 했다.

공시가격이 올라가면 주택 보유에 따른 경제적 부담도 늘어난다. 공시가격은 부동산 관련 세제는 물론 건강보험료나 연금 등을 매기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서울 강남권과 한강변인 삼성ㆍ논현ㆍ방배ㆍ한남ㆍ이태원ㆍ성북동 등지의 고급 단독주택이나 경기도 판교ㆍ위례ㆍ광교ㆍ과천시 일대 단독주택지에서 조세 부담이 보다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공시가격 상승은 단독주택에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국토부가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대해서도 현실화율을 높이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제시한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 목표는 69.1%다. 특히 시세 15억~30억 원 이상, 30억 원 이상 공동주택은 각각 현실화율 75%, 80%를 목표로 잡았다.

김은진 부동산 114 리서치팀장은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 상향은 정부가 올해도 공시가격 현실화 작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는 신호다”라고 해석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아파트 공시가격은 단독주택 공시가격보다 더 큰 폭으로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공시가격이 오르고 주택 보유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늘어나면 주택 매수심리가 위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 부장은 “12ㆍ16 대책 이후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종부세 인상 등에 따른 세금 부담 증가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정부는 보유세 부담을 계속 늘릴 텐데 매수세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김 팀장도 “고가주택을 중심으로 공시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세금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며 “주택 매수를 망설이는 심리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매수 절벽’과 별개로 공시가격 상승이 주택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우려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공시가격은 시세보다 낮다는 인식이 많다”며 “이런 인식이 한꺼번에 바뀌지 않는 이상 공시가격이 오르면 시세도 덩달아 오르게 된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공시가격이 올라 다주택자의 세 부담이 늘어나면 그 부담이 세입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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