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 원을 넘는 고가 표준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이 크게 올라 주택시장 매수세가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세 부담에 눌린 다주택자들은 보유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 강화로 인한 부담을 세입자에 전가해 전월세 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2일 국토교통부는 올해 1월 1일 기준 표준단독주택 22만 가구에 대한 공시가격을 공시했다.
전국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4.47%로 지난해(9.13%)의 절반 수준이었다. 특히 서울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6.82%였지만 서울 역시 지난해의 3분의 1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지난해 공시가격 급등으로 인한 조정 민원을 의식한 숨고르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상승률이 가장 큰 곳은 동작구(10.61%로)였다. 서울 최고치이자 전국 시·군·구별로도 가장 높은 수치다. 전국 평균치(4.47%)의 두 배를 뛰어 넘는다. 전국에서 상승률이 8%를 넘어서는 곳은 성동(8.87%)·마포구(8.79%)까지 모두 3곳이다. 경기도에선 과천(8.05%)시가 유일하다.
이번 상승률을 보면 주로 공시가격 12억 원 이상의 단독주택 시세 반영률이 높았다. 12억~15억 원(10.1%) 구간의 상승률이 가장 컸고, 9억~12억 원(7.9%)이 뒤를 이었다. 그 외 △3억~6억 원 3.32% △6억~9억 원3.77% △15억~30억 원 7.49%를 보였다. 정부가 중저가 주택보다 시세 15억 원을 넘는 초고가 주택 위주로 보유세 부담을 늘리는 쪽으로 과세방향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상승폭이 큰 12억~15억 원대와 9억~12억 원의 올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반영률)은 각각 53.4%, 53.7%로 지난해보다 2~3%포인트 상향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중저가 주택보다 현실화율이 낮았던 9억∼15억 원대 주택의 현실화율이 2∼3%포인트 상향되면서 중저가 주택과 고가주택간 현실화율 역전현상이 평균적으로는 해소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서울 강남권을 비롯해 한강변 지역 단독주택 보유자들의 조세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서울 강남은 물론 강삼성·논현·방배·한남·이태원·성북동 일대 고급 단독주택과 경기도 판교·위례·광교·과천시일대 단독주택 소유자들의 세 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표준주택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주택가격 비준표를 활용해 산정하는 나머지 개별주택 공시가격 전반의 인상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시가격이 상승하면 실제 매매가격도 올라 주택 보유자의 입장에선 재산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 국가적으로는 세금을 많이 거둘 수 있다. 그러나 현재처럼 공시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세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워 부동산시장 뿐만 아니라 소비 감소까지 이어질 수 있어 국가 경제에 득이 된다고만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다주택자의 경우 감당하기 어려운 세 부담을 세입자에 전가시킬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소유자들의 실질 소득 감소가 결국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국가 경제에 꼭 득이 되는 것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단독주택 중 수익형부동산으로 활용 가능한 다가구 주택의 경우 올해 2000만 원 임대소득 과세 현실화까지 앞두고 있어 주택공급이 부족한 지역을 중심으로 봄 이사철 임대료가 높아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나올 공동주택이나 개별주택 공시가격은 더 크게 뛸 것으로 관측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서울 아파트 공시지가는 이보다 큰 폭으로 오를 것"이라며 "12·16대책 이후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은 가장 큰 요인이 세 부담이었는데 앞으로도 보유세 부담을 계속 늘어나 매수세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감정원 전날 열린 '2020 부동산시장 동향 및 전망' 브리핑에서 보유세 강화로 자산 감소 부담이 커져 올해 하반기 고가주택의 매수가 위축될 것으로 관측했다. 이는 감정원이 올해 주택시장이 하향 안정화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 근거다.